예수님과 부처님, 공자(孔子)님 중 어느 분의 식성이 가장 까다로우실까.
세분다 하루 세끼 식사는 하셔야 했으니까 나름대로의 식성이 다르실 수밖에 없지만 문헌기록에 따른다면 공자님의 식성이 좀 유별나셨던것 같다.
논어(論語)중에 공자님의 일상생활을 기록한 향당(鄕黨)편을 살펴보자.
'공자께서 생선회는 가늘게 썬 것을 좋아하셨고 밥에 냄새가 나거나 맛이 변한 것과 생선이 냄새가 나쁘고 뭉그러진 것은 먹지 않으셨다.
또한 빛깔이 나빠도 먹지 않으시며 너무 익거나 설익은 것도 먹지 않으셨다.
또한 때가 아니면 먹지 않으시고 음식이 반듯하게 잘라지지 않은 것도 먹지 않으셨으며 간이 맞지 않은 것 역시 잡수시지 않았다.
고기반찬이 많아도 주식(밥 등)보다는 많이 먹지 않으셨고 시장에서 산 술이나 육포는 먹지 않으셨다.
다만 생강은 물리치지 않고 먹었으나 많이는 드시지 않았다…'.
기록대로라면 웬만한 특급호텔 주방장의 특요리가 아니고는 도무지 식성을 맞추기가 어려울 정도로 까다로운것 같아보인다.
그럼에도 '식사중엔 말을 하지 않으시며 아무리 조촐한 밥이나 야채국 식사라하더라도 먹기전에 반드시 '고수레'(식사때 음식 일부중 짐승이나 미물이 먹도록 던져주는 일종의 보시)를 하셨다'는 기록에서는 역시 인(仁)을 가르친 성인의 덕과 풍모를 엿볼 수 있다.
만약 그런 공자님이 환생하시어 요즘 국민들의 속을 터지게 한 한국의 만두를 잡수시게 됐다면 어떻게 하실까 상상해보자.
다른 음식은 몰라도 적어도 중국의 원조(元祖) 음식인 2천년 전통의 만두요리 만큼은 냄새만 맡고도 쓰레기로 만든 불량식품임을 재깍 감별해 냈을지 모른다.
이번 만두 소동을 보면서 뜬금없이 공자님의 식성과 중국 만두 얘기를 꺼내본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중국 만두 중 청나라 이후 중국 최대의 체인점을 가진 '구부리 만두' 얘기를 보자.
중국 최고의 명품만두로 이름난 구부리(狗不理) 만두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톈진(天津)의 이름없는 구자(狗子)라는 사내가 만든 만두 소문이 서태후의 귀에 들어가 진상된 뒤 유명해진 구부리 만두는 만두집 사내(狗씨)가 말수가 적고 성실하기 짝이없어 만두 만들때 손님 얼굴도 안 쳐다보고 응대도 않은채(不理) 만두 만드는데만 열중하는 버릇을 빗대 '狗不理'란 브랜드가 붙었다.
물론 만두집 주인 구자씨는 이미 죽은지 오래다.
그러나 동일 브랜드의 만두집이 100년간 13억 인구를 상대로 체인점 점포를 계속 늘여나가고 있다는 것은 '음식으로 장난치는'것을 죄악시 하는 대국의 음식문화와 프로다운 조리정신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100년간 3대를 이어 오는 동안 단 한번이라도 불량 만두 소를 넣었더라면 제아무리 서태후의 명성이 따라붙어도 중국 최고의 만두업체로 계속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때론 남의 나라 수출용 꽃게에는 납덩어리를 넣기도 하지만 자기나라 국민이 마시는 가짜 술 제조에는 양조책임관리를 즉각 사형시키는 무서운 공권력도 100년 명품 만두를 탄생시킨 요인의 하나다.
우리도 40여년전 박정희 대통령 시절 부정식품에 대해서는 사형까지 시킬 수 있는 강력한 법을 두었던 것 처럼 이번 만두소동을 계기로 다시 강력한 법의 보완으로 한국에도 '100년 전통의 만두' '200년 된 국수'등이 나오도록 음식문화의 개혁을 모색해보자. 또한 공자님처럼 소비자 스스로도 까다로울 진 모르나 절제된 식사법, 자기방어적인 식습관을 생활화 함으로써 소비자의 힘으로 불량식품에 저항하는 식문화운동을 펴나가는 것도 공자님께 한수 배울거리다.
그처럼 철저한 공권력과 소비자 힘이 뭉쳐지면 우리의 식문화도 선진국처럼 즐겁고 건강한 식문화로 바꿔 갈 수 있다.
선진국들이 바비큐 파티에 3만1천500마리의 닭을 동시에 구워 8시간만에 먹어치우거나 높이 35m85㎝짜리 세계 최대 케이크, 46㎞ 길이의 세계최대 소시지, 16만개의 달걀을 넣어 만든 40평 넓이 크기의 오믈렛, 20t이 넘는 세계최대 아이스크림, 2.5t짜리 햄버거, 직경 5m 높이 40m짜리 도너츠 등을 만들어 기네스북에 올리며 낭만적인 식문화를 즐길때 왜 우리는 만두소에 쓰레기나 넣으며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어야 하는가를 반성해 봐야한다.
세상에는 '장난을 쳐서 안되는 것'이 세가지가 있다.
돈과 사랑, 그리고 음식이다.
돈 많음을 이용해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업신여기고 상처 주거나, 거짓 사랑을 미끼로 여인을 울리는 것도 큰 죄이지만 음식으로 남의 돈과 생명을 훔치는 것은 가장 큰 죄다.
만두땜에 속터지는 세상, '정치'나 '개혁'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은 없어야 할텐데….
김정길(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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