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하숙을 해본 일이 없었던 저는 갑자기 서울에서 일을 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대구에 있는 대덕아파트는 앞산도 보이고, 부모와 처가 있고, 오랜 친구도 모두 대구에 있기 때문에 4년의 국회의원 생활때문에 서울로 이사할 수는 없었습니다. 서울은 아직 낯선 곳입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초선국회의원들과 보좌관들은 대개 저와 비슷한 처지일 것이라 생각 합니다. 김혁규(경남지사) 의원, 양형일(조선대 총장) 의원을 비롯하여 내가 아는 국회의원만도 10명이 넘습니다. 대구에서 같이 올라 온 나의 보좌관도 모두 원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의 원룸은 천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전세는 2천만원에 월세 30만원 정도이고 관리비는 별도입니다. 저가 있는 원룸도 관리비를 빼고 30만원입니다. 미혼인 아들이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어, 같이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생활의 반은 서울에서 반은 대구에 있을 요량입니다.
국회의원 당선증을 갖고 국회사무처에 등록을 하니, 007가방을 하나 주었고, 그 안에는 금배지와 철도 무임승차권이 있었습니다.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아마 국회의원 신분증은 없는 모양입니다. 금배지 뒷면에는 235호라는 번호가 찍혀 있었습니다.
KTX가 대구를 자주 오가는 저에게는 안성맞춤입니다. 서울과 대구는 1시간45분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출퇴근까지 가능합니다. 특실 요금이 5만2천원인데 국회의원에게는 무료입니다. 전국을 다니며 국정을 살펴야 할 국회의원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이유에섭니다. 어쨌든 큰 특혜 임에는 분명합니다. 신용카드 같이 생긴 'KTX철도 승차증'에는 국회의원 박찬석, 14XXXX08번이라는 번호가 적혀있고, 유효기간 17대 임기 중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뒷면에는 '역장에게 승차증을 보이면 열차표를 교부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17대 국회가 시작하는 당일(5월30일) 오전6시15분 KTX로 서울서 대구로 내려왔으니, 17대 국회의원 중 최초로 무료 열차 표를 사용한 의원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5월30일은 16대 국회가 끝나는 날임과 동시에 17대 국회가 시작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17대가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사무실은 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5일 열차 표를 예약하려는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전화예약을 했습니다. 안내가 표를 찾으로 역장 실로 오라고 했습니다. 역장실로 찾아가니 여직원이 황송하게 '승차증'을 받아 VIP대기실에 안내하였고 역장과 부역장이 나와서 인사를 하였습니다. 직원의 배웅을 받으면서 열차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열차 안에서 역무원은 지나가면서 수시로 불편하지 않은가를 물었습니다. 너무 부담이 되는 친절이었습니다.
국회의원에게는 많은 혜택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국회의원은 무엇이고, 국회의원이 4년 동안 안고 가야 할 화두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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