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녹색이 주는 의미

우리 연수원이 위치하고 있는 금오산은 하루가 다르게 각종 나무들과 풀들이 녹색으로 짙어가고 있다.

과연 녹색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녹색은 우리 인간의 감정을 가장 아늑하고 평온하게 하며 안정되게 하는 색깔임과 동시에, 특히 많은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가시광선 스펙트럼 중에서 녹색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사의 수술복 색깔이나 지난 시절 교실의 흑판도 정확히 표현하면 진한 녹색이며, 신호등의 색깔 역시 녹색으로 되어 있다.

인간의 유전인자 속에는 늘 녹색을 갈구하고 그리워하는 속성이 있다고 한다.

이것을 녹색갈증(biophilia)이라고 표현하는데, 어릴 때부터 녹색을 자주 접하며 갈증을 해소한 사람들은 감성이 풍부하고 성격이 원만하며, 시멘트와 아스팔트와 같은 회색과 흑색공간 속에서 생활해온 사람들은 이와 상반된 면을 보인다는 사실이 여러 조사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식물들이 가지는 녹색의 의미는 이제 단순히 미적 또는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차원을 넘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우리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단순히 녹색식물이 아름다움의 차원을 넘어 우리 인간에게 치료적인 효과까지 있음을 의미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재활을 위해 정원 산책을 권장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현대에 와서도 회복기의 수술환자에게 창문을 통해 녹색의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방과 빌딩만을 볼 수 있는 방을 나누어 치료를 한 결과 녹색의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창을 가진 방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의 회복이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고, 진통제의 투여량도 적었으며,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도 낮게 나타났다는 보고가 많이 나와 있다.

요즈음 새집증후군이니 웰빙이란 용어들이 유행어처럼 등장하고 있다.

바로 우리 인간이 자연에서 멀어져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현상임과 동시에 자연에 대한 회귀와 갈구하는 몸부림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 속에서 살다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다.

즉,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과 더불어 살다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이며, 흙에 뿌리를 내린 녹색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회색공간과 각종 문명의 이기, 그리고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 속에서 고통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인간의 정체성을 재인식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무한정이고 깨끗하게 영원히 존재하리라고 생각되던 공기와 물이 오염되고 제한되어 있음을 느끼고 위기감에 빠져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오늘날, 녹색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올바른 윤리관의 확립이 절실한 시기라 생각된다.

이동수(경북 자연환경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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