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에게 성실함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정도는 종종 잠자는 시간이 얼마나 적은가로 평가된다.
또 휴식 시간을 줄이고 공부 시간을 최대한 많이 늘리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가능하면 많은 시간을, 그것도 쉬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하면 성실한 것으로 판단한다.
유럽 과학자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궁금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우리 시야로 언뜻 이 사람들은 게을러 보인다.
연차 휴가가 6주나 되고, 8월 한 달 전체는 연구소 전체가 아예 문을 닫으며, 토요일과 일요일은 물론 공휴일이고, 하루 근무시간 중에도 중간 중간 30분 정도 커피시간으로 휴식하며, 점심시간은 2시간이고, 저녁에는 연구소가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우리 상식으로는 이들이 국가의 재원을 낭비하는 매우 불성실하고 비생산적인 사람들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이렇게 게을러 보이는 사람들이 저명한 과학자가 되어 있다는 것과 이들이 속해 있는 기관 역시 훌륭한 연구기관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번에 유럽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면서 어느 정도는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이들은 시간관념이 철저하여 학회 발표가 시작하는 첫 시간을 잘 지키고 있었다.
일단 발표가 시작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회가 끝나는 날까지,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경청하며 진지하게 발표자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놀라웠던 점은 50, 60대의 많은 과학자들이 앞자리에 꾸준히 앉아 열심히 경청하고 있는 것이었다.
중요한 점은 나이가 많은 과학자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성이 젊은 과학도들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매우 저명한 과학자들을 많이 초청하여 강연하게 함으로써 젊은 과학도들이 다양하고 수준 높은 학문을 접하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젊은 과학도들이 발표에 있어 미흡하더라도 끝까지 경청하며 격려를 해 주었다.
한국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시간관념이나 책임 의식이 부족한 편이다.
개인의 이익이 관련 될 때는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러나 학회와 같이 양심에 맡기는 공공의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 의식이 부족하여 시간에 늦는 것은 다반사고 아예 발표장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학문을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감소하여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하다.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본이 젊은 과학도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마치 학회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는 장소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필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또 다른 문제는 발표자의 대부분이 대학원생인 것으로, 학회장이 마치 대학원생의 논문 발표 연습장과 같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회 발표장은 참석자가 줄어들고, 젊은 과학도들이 일취월장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배울 본보기가 없는 것이다.
국내와 유럽 학회의 또 다른 차이점은 논문 발표 숫자이다.
국내학회는 발표 숫자가 매우 많아서 발표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진행된다.
외형적으로 보면 매우 열심히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유럽 학회는 외형적으로 한심하게 보일 수 있다.
1시간 반의 발표 후에는 매번 30분 정도의 휴식 시간을 갖고, 오후 서너 시간 정도는 발표를 완전히 멈추고 휴식시간을 갖게 한다.
그렇지만 휴식을 충분히 취하기 때문에 모든 발표 시간에 집중할 수가 있고, 참석률이 높으며 학술 교류를 생산적으로 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연구를 할 때도 유럽의 과학자들은 늘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에 집중을 할 수 있고, 창의적이며 생산적으로 일을 함으로써 세계적으로 뛰어난 일을 성취해 낼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점은 휴식 자체가 아니라 일에 대한 철저한 책임감과 집중력 및 창의성이다.
유럽학회에서 발견한 또 다른 점은 연구기관 혹은 조직 대표자의 연구에 대한 전문성이었다.
연구소의 기관장들이 자주 강연자로 초청되어 직접 발표를 하였는데, 그 전문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또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학회가 끝나는 날까지 쉬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새로운 학문 분야를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
우리가 과학 분야에서 선진국과 경쟁하여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게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을 강조하기보다는 일의 탁월성, 창의성 및 효율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학문 분야에 대한 도전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가 많은 과학자들이 직장을 그만 두는 날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고 부단하게 배우는 데 있어 젊은 과학자들에게 본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제정호 포항공대 교수.신소재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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