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대학들을 대상으로 한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인 누리(NURI) 프로젝트의 사업단이 16일 확정, 발표됨에 따라 대구경북을 포함한 지방대학들은 구조조정의 후폭풍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히 대학 내부적인 메커니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통한 자생적 지방화 시스템 구축'이라는 중앙정부 의지와 지방정부의 산업정책, 지방기업 요구 등에 따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대학 구조조정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1차적인 구조조정 압박은 누리사업에서 탈락한 대학에서 먼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지원되는 2천200억원 중 1천550억원이 기존의 지방대 육성 및 공.사립대 특성화 지원, 국립대 발전계획 평가 지원 등의 사업비에서 빼내온 것이다.
따라서 떨어진 대학들에게 돌아갈 정부지원금은 크게 줄어들었다.
정부예산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닌 만큼, 5년간 누리사업에 투입될 1조4천200억원 역시 기존 사업비를 줄여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탈락 대학은 정부지원 없이 스스로 살아갈 길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온 것이다.
누리사업에 중심 또는 참여 대학으로 선정된 곳도 구조조정에는 예외가 없다.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을 받는 대신, 이들 대학들은 대학 전체의 신입생을 매년 60%, 그리고 사업에 참여한 학과.학부는 90% 이상 채워야 하며, 교원확보율도 대학 전체로는 60%, 사업팀은 8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지방국립대와 사립대의 교수 충원율이 대체로 50%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대학들은 학생정원을 줄이든지 교수를 대량으로 신규 영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대학의 재정은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은 누리사업 참여 학과.학부를 중심으로 학교의 재원을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레 '대학의 특성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부정적인 시각이 대두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립대학 내에서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학과.학부 교수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립대학의 경우도 학생이 적은 비인기 학과의 교수충원율은 100%가 넘는 반면, 누리사업의 중심 역할을 하는 인기 학과.학부는 학생숫자가 많아 교수확보율이 40%대에 머물고 있다.
대학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지역의 한 사립대학 교수는 "누리사업에 선정된 대학이든, 탈락한 대학이든 구조조정에 따른 고민은 마찬가지"라면서 "일부에서는 교수사회의 반발로 누리사업을 통한 대학구조조정이라는 정부정책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뚜렷한 원칙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서범석 교육부 차관은 16일 "매년 중간평가를 실시해 추진 실적이 기준에 못 미치는 사업단은 탈락시킨 뒤 새 사업단으로 교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거듭나기 요구도 대학들로서는 부담스럽다.
올해만 지방정부와 지역기업들이 누리사업에 35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누리사업은 단순히 정부지원금을 대학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지역기업들이 함께 참여하고, 감시하는 메커니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사업의 최종 고객은 바로 기업과 학생이다.
지역의 산업.경제 발전전략 및 대학 발전전략도 산(産).학(學).연(硏).관(官) 협력과 이에 맞는 인력양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지방대학의 위기와 무능은 지역산업과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방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지역사회의 요구도 강력해질 것이다.
이재훈 영남대(경영학) 교수는 "누리사업은 대학과 지역사회에 상상을 초월하는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중앙정부의 확고한 정책의지와 대학사회의 합리적 문제해결 노력, 지역혁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잘 갖추어져야만 성공할 수 있는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