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업부도로 가출한 뒤 중학 2년과 초교 6년 및 5세된 세 딸아이와 함께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서영희(40.서구 원대 3가)씨는 다가오는 여름이 두렵기만 하다.
이들 가족이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곳은 8평 남짓한 빈 창고를 개조한 것. 슬레이트 합판으로 임시지붕을 만들어 여름철만 되면 한증막이 되지만 중고 선풍기 한 대 제대로 구입할 여력이 없다.
또 장마 때만 되면 지붕과 갈라진 벽돌 사이로 비가 새고 바람이 들어오는 것은 물론 쥐까지 들락거려 음식조차 제대로 해 먹을 수 없는 실정. 장마 아니더라도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내리는 날엔 하수구로 오물이 역류, 화장실인지 거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사람 하나 누우면 남는 공간이 없을 만큼 비좁은 방 안에는 옷장 하나와 조그마한 중고 텔레비전 하나, 이불 두어 채와 기타 잡동사니가 이들 가족들의 살림살이 전부다.
낮에도 불을 켜야 하는 반지하 방. 곰팡이와 먼지로 오염돼 탁한 실내공기는 건강한 어른도 버티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서씨의 세딸은 두통과 설사, 호흡기 질환이 늘 따라다니고 있다.
더구나 돌봐 줄 친척조차 없어 이들에게 올 여름나기는 더욱 힘들 것 같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 같다는 예보가 나와 있기 때문.
서씨는 "작년 여름에는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밤새 기도를 했다"며 "너무나 고통스러워 세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지만 세 딸아이가 눈에 밟혀 도저히 목숨을 버릴 수 없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한 때 안경점을 운영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렸던 서씨에게는 지금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안경점이 IMF의 된서리를 맞고 연 이은 경영악화로 결국 문을 닫아야 했던 것은 지난 2000년.
남편(41)의 잦은 가출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빚쟁이에게 쫓기던 남편은 결국 집을 떠났고 서씨는 세 자녀와 함께 모진 가난과 외로움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
남편의 가출후 서씨 손에 남은 돈은 70만원이 전부. 그마저도 하루하루 방값과 밥값 등으로 '양파껍질 벗기듯' 다 써버린 서씨 가족에게 갈 곳은 길거리 뿐이었다.
아이들 때문에 노숙을 할 수 없어 월세방을 구했지만 돈을 못 내 쫓겨 나기를 반복하다 현재 마음씨 착한 주인집 할머니의 도움으로 지난 2002년부터 하루 하루를 버텨가고 있는 것. 그러나 막내가 아직 어려 돈을 벌기도 어려워 달마다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친구처럼 따라다니는 가난에 이제는 달관했지만 서씨는 세 아이들을 위한 작은 바람이 있다.
'그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작은 보금자리가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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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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