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사슴

옛 이야기 '나무꾼과 선녀'에 사슴이 나온다.

나무를 하러 산에 간 나무꾼이 포수에게 쫓기는 사슴 한마리를 덤불 속에 숨겨서 구해 주었더니 사슴이 은혜를 갚는다.

하늘나라에서 금강산 연못에 목욕하러 내려온 선녀와 만나 살도록 해 준 것이다.

나무꾼은 예쁜 선녀와 아이 둘을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방심한 나무꾼은 선녀가 하늘에서 입고 내려왔던 날개옷을 감추어 둔 곳을 가르쳐 주었고, 날개옷을 되찾은 선녀는 그 옷을 입고 아이들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나무꾼은 다시 그 사슴에게 지혜를 구한다.

사슴은 연못물을 길러 하늘에서 두레박이 내려오니까 그것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라고 일러준다.

나무꾼은 사슴의 도움으로 하늘에 올라가 선녀와 아이들을 다시 만난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 나무꾼이 수탉이 되기까지 진행되는데 이야기 속의 사슴은 보은을 할 줄 아는 착하고 지혜로운 동물이다.

그리고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로 유명한 노천명의 시 '사슴'이 주는 이미지 덕분에 약하고 측은한 느낌을 주는 동물이기도 하다.

▲서양에서 유명한 사슴은 단연 루돌프다.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끄는 빨간코의 루돌프는 산타의 사슴중 가장 늦게 태어났다.

산타의 썰매 끄는 사슴들은 1820년대 시인들이 만들어 냈는데 원래 한마리로 시작해 여덟마리가 됐다.

여덟마리는 사려 깊은 '코메트' 낭만적인 '큐피트' 근엄한 '돈더' 등 제각각 이름과 개성이 있다.

빨간코 루돌프는 1939년 한 백화점 광고 카피라이터가 만들어냈다.

안개가 끼어 어두운 크리스마스 이브에 루돌프가 반짝이는 코로 길을 밝혀주는 산타의 길잡이가 된 것이다.

▲선량한 동물로 사랑 받는 사슴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노루 고라니 순록 등이 모두 사슴종류다.

대부분 수컷에 뿔이 있으나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216호인 사향노루와 고라니는 뿔이 없고, 순록은 암수 모두 뿔이 있다.

봄부터 자라나는 뿔은 가을에 잘려져 녹용이라는 귀한 약재가 되어 사람들에게 공헌한다.

그러나 시중 녹용은 대부분 미국 캐나다산 엘크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우리나라 사슴이 그만큼 귀한 탓이다.

▲화제를 모았던 봉화 흰사슴이 생후 8일만에 죽었다.

방송국 촬영과 구경꾼들의 소란으로 자극받은 큰 사슴들에게 받혀 죽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새벽에 태어난 흰사슴은 꽃사슴의 돌연변이로 10만 마리당 한 마리정도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흰사슴은 특히 온몸에 반점 하나 없이 깨끗한 순백색이어서 주민들에겐 수백년만의 길조(吉兆)로 여겨졌다.

그런데 불과 8일만에 사람들의 소란통에 숨을 거두었으니, 길조는 없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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