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수능모의평가를 치른 후 수험생들 사이에는 작지만 간과할 수 없는 혼란이 벌어졌다.
예상된 일이지만 외국어 영역(영어) 난이도가 다소 높아진 것.
수험생들은 체감 난이도가 높았다고 호들갑이었다.
가채점 결과 외국어 영역의 특성상 전체 평균점이 급락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위권의 하락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모의고사 때 한 반에 몇 명씩 있던 만점자를 이번에는 학교 전체에서도 찾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
교사들이나 입시 전문가들은 혀를 찼다.
공통영어에서 심화선택과목으로 수준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사용 빈도가 높은 어휘를 중심으로 출제됐으며, 문법 분야가 강화됐다고 해도 의사소통 능력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정리하자면 난이도는 약간 높아졌는데 수험생들의 점수 하락 폭은 이보다 더 크다는 결론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교사들은 "그동안 영어 공부를 얕게 해 온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들 했다.
실제로 수능시험에서 영어는 최근 몇 년 동안 홀대(?)받는 과목이었다.
난이도가 워낙 낮다 보니 중학생 가운데서도 좀 실력이 있다면 만점을 받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출제위원들이 해마다 이를 고민했다는 후문이 있지만 의사소통능력에 출제의 초점을 맞춰지다 보니 난이도는 좀체 높아지지 않았다.
이런 영어에 학생들이 크게 시간을 투자할 리 없다.
학부모 세대라면 한번쯤 뒤적여봤을 '성문종합영어'는 이제 극소수 학생들만 공부하는 교재가 됐다.
이보다 더 낮은 수준의 교재도 기본적인 부분만 공부할 뿐이다.
"문제집 몇 권만 풀어도 수능 문제는 어렵지 않다"는 얘기가 당연시됐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을 골자로 하는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된 후 첫 공식 평가인 이번 모의평가에서는 사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심화과정 중심, 어휘 수 1천500단어에서 2천500단어로 증가, 정확한 언어사용능력 요구 등의 원칙이 적용되자 실제 난이도는 약간 높아졌는데 미처 대비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시간이 모자라 덜 푼 문제를 찍기에 바빴다.
깊게 파고들어 보면 이번 혼란은 우리 영어교육 방향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엿보인다.
영어교육의 목표를 이른바 의사소통능력(회화)에 맞추느냐 정확한 언어사용능력(문법)에 맞추느냐 하는 원천적인 문제가 제기될 여지도 있다.
물론 한 번의 모의평가일 뿐이므로 오는 9월 모의평가와 11월 수능시험까지 치른 뒤 토론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다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렵게 출제해야 한다는 영어학계의 분위기나 문법, 어휘가 강화된 EBS 교재 등을 살펴보면 실제 수능시험이 이번 모의평가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교사들은 내다봤다.
출제당국은 수험생들의 혼란을 줄이고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수능 외국어 영역 출제의 문제점과 수험생 수준, 올해 수능 출제 방향 등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는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영어교육의 기본 방향을 명확히 정립하고 국민적 이해를 넓혀주는 노력도 병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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