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잊혀진 문화유산 '자인 팔광대놀이'

#자인팔광대

자인 단오는 찾아 보기 드물게도 지역 수호신인 한장군 추모제 후에 여원무와 배우잡희(팔광대놀이), 무당굿, 씨름, 그네 등 다채로운 민속놀이로 3, 4일을 즐기는 세시풍속이 결부된 독특한 전통문화행사다.

특히 면단위의 작은 지역에서 전승되는 이들 민속놀이들이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전해 네차례나 입상한 것은 자인면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제10회 대회(1969, 대구)에서 여원무가 국무총리상을, 제29회 대회(1988, 전주)에서 자인팔광대가 문화공보부장관상, 제38회 대회(1997, 익산)에서 계정들소리가 전북도지사상(노력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제39회 대회(1998, 밀양)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이다.

#민속경연대회서 네차례 입상

자인읍지에는 '한 장군이 여원무를 설치하고, 배우잡희를 벌였다'는 기록이 있다.

한편에서는 여원무를 추고, 또 한편에서는 배우들이 춤과 음악이 가미된 일종의 가면극인 잡희가 어우러졌다.

그러나 기록이 없어 변천과정을 고증할 수 없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며 주민 속에 뿌리내리고, 새로운 형태의 가면극인 자인팔광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자인팔광대는 1920년대에만 해도 박으로 가면을 만들고, 전래된 대본대로 연희되는 등 완전한 형태의 극을 보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 일제의 탄압으로 행사가 축소되었고, 1936년 자인단오제가 폐지됨에 따라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맥이 끊어졌다.

#춤.음악 가미된 신명나는 가면극

현재 복원된 자인팔광대는 1985년 지역 향토사가 이종대(1940~1992)씨의 끈질긴 노력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자인의 맥'이라는 저서에서 '자인팔광대 복원작업은 사설 채록에서부터 어려움에 처했다.

당시 1936년 마지막 공연때 연희자인 변준이(1912년생)옹만 생존했으나 중풍 후유증으로 단편적인 사실만 알아냈을 뿐이었다'고 적고 있다.

그는 다음해 보고서를 만들고, 단오날 시연하기로 했다.

가면 제작은 당시 성암여고 교사 김일동씨가, 공연준비는 대구의 '놀이패 탈'이 담당했다.

'채록된 대본이 너무 미비해 시연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뜻밖에 1920년대 팔광대 공연을 주도했던 연희자 이정노(작고)씨의 딸 이복순 할머니가 대사와 가면 모양, 춤사위 등을 기억해내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적었다.

이듬해 김택규 교수의 자문을 얻고, 이봉섭 교수(영남대)가 고증이 미비한 상태에서도 어려운 작업과정을 거쳐 가면을 복원했다.

1988년에는 말뚝이역인 형남수씨를 선생으로 초청하여 춤, 악, 창 등 탈춤의 기초를 배우기 시작해 그 해 민속경연대회에 참가해 문광부장관상을 받아 민속학계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

자인팔광대는 한 장군에 대해 제사를 올린 후 여흥으로 벌이는 민속연희로 성황신을 위한 제사로 무속적인 성격을 띠는 하회탈춤과 강릉의 별신굿과는 구별된다.

가면제작방법과 공연 후 소각해 버리는 것은 다른 지방과 비슷하다.

#광대 8.악사 4.기수 1명으로 구성

공연자는 가면을 쓴 광대가 8명, 악사 4명, 기수 1명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인의 수가 가면극 중 가장 적다.

자인팔광대의 명칭은 가면을 쓴 광대가 8명인 데서 붙인 것으로 보인다.

극 중에는 양반과 본처, 후처, 말뚝이, 봉사, 박수무당, 곱사가 나온다.

음악은 굿거리, 덧배기, 타령, 무속장단이다.

춤사위는 영남지방의 춤인 덧배기가 중심이고 특유한 콩나물춤과 무지개춤, 곱사춤, 무당춤이 가미되어 있다.

극 전체가 끊어지거나 정지함이 없고 공연자의 입.퇴장도 없이 계속 이어지는데 편의상 양반.말뚝이 마당, 양반.본처.후처 마당, 중광대.곱사 마당으로 3분할 수 있다.

자인팔광대보존회 윤상순(46)총무는 "고 이종대 선생이 사비를 털어 복원했지만 그동안 경산시 등 문화당국의 관심부족과 지원이 없어 단오제 때나 몇차례 공연한 실정"이라며 "소리, 춤, 악기를 익혀야 하는 가면극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 하루빨리 국가 또는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가치있는 민속으로 전승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사진: 자인 팔광대놀이 보존회원들이 양반과 본처.후처 마당을 공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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