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과 치매는 구분된다.
자신의 기억력 감퇴를 인정하느냐 않느냐가 전자와 후자의 경계선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 국회는 어느 쪽일까? 의학용어로 '집단건망증'이란 게 있는지 모르나 보름동안 빈둥빈둥 놀고있는 국회가 아무래도 그 병 증세같다.
치매로 의심하기엔 유권자들이 불쌍할 터이다.
▲이 집단건망증에 경고를 가한 거의 유일한 기관이 대통령 직속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다.
아직도 살아있는 유신(維新)의 망령-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정권이 무조건 잘하고 있는 몇 안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공권력에 의한 죽음'의 의혹을 풀어주는 작업이다.
그 대표적인 작업의 하나가 31년 전 유럽 거점 간첩단 사건과 관련, 당시 중정(中情)에 끌려가 의문사(자살 조작)한 서울법대 최종길 교수에 대한 진상규명이었다.
▲그 의문사위(委)가 마침내 또하나의 진실 캐기에 성공한 '것 같다'. 무더기로 '조사 불능' 결정이 난 30여 건의 '의문사' 속에 들어있던 고(故) 장준하(張俊河) 선생의 죽음에 대해 의문사위가 최근 "등산 도중 추락사한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 3월 자동차 충격연구 전문가인 홍익대 연구팀에 의뢰, 그가 추락사 했다는 경기도 포천군 약사봉에서 인체모형을 12가지 자세로 추락시키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당시 선생의 깨끗한 시신상태완 달리 머리.가슴 등에 심한 충격으로 인한 골절상 등 상처부위가 너무도 차이가 나 의문사위가 추락사에 '과학적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장준하 선생이 누구인가. 60년전 일제에 징집됐다가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는 일념으로 탈출, 광복운동에 동참했고, 유신시절엔 민주화투쟁으로 그 삶 자체가 옥고였다.
당연히 그의 죽음에 유족과 민주인사들은 '정치적 타살'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고, 마침내 그 실마리의 한쪽 끝이나마 찾아낸 것이다.
▲어제 장준하 기념사업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장 선생 사인(死因)과 관련한 국정원.기무사의 정보공개를 지시해 달라"고 공개요구했다.
이 '죽음'의 조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당시의 중정(中情), 지금의 국정원이 관련핵심자료 협조에 비협조적이라는 것이요, 의문사위의 임기 또한 이달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천금같은 시간은 흘러만 가고 국회는 멈춰있다.
누군가의 양심고백도 필수적이다.
17대 국회가 집단건망증에서 탈출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서 발견된다.
법 개정을 통한 의문사위의 수명연장, 진실규명을 통한 진혼(鎭魂)이야 말로 '못난 후손'의 멍에를 씻는 길이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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