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셋이나 농약을 마시고 세상을 버렸지. 지난 봄 세번째 떠난 친구 장삿날에는 눈물도 말랐고 울음도 나오지 않았어". 안동시 와룡면 한 농막에서 만난 한 노인의 탄식이다.
피폐한 농촌 지역에 '노인 자살'이 흑사병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14일 안동시 와룡면에서 한 노인(80)이 농약을 마시고 숨졌다. 치매로 거동이 불편한 부인(75)을 3년째 돌보다 자신도 올 봄 중풍으로 쓰러지자 크게 낙담한 것. 성치않은 몸으로 아내까지 돌봐야 하는 부담을 이길 수 없었고 외지에서 자녀들이 보내주는 생활비도 모자랐다.
지난 4월 안동시 서후면 명리의 한 할머니(70)는 10년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살다 가끔씩 찾아와 용돈과 세간을 챙겨주던 외동딸(42)이 올 봄 교통사고로 죽자 바로 음독자살했다.
안동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안동지역 변사사고 중 음독자살이 77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고 이 중 80%가 65세 이상 농촌 노인들의 농약 음독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안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는 농약 음독자는 연간 150여명 정도로 이틀에 한 명 꼴이다. 이중 60%∼70%가 제초제 그라목손을 마신 환자들이며 90%가 사망한다.
지난 2001년 '그라목손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라는 인터넷 동호회(http//club.medigate.net)를 결성한 안동병원 김욱진(35) 응급의학과장은 "성인이 그라목손 20cc를 마셨을때 치사율은 70%"라며 "20cc는 딱 한모금이고 그것으로 회생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그라목손은 반드시 판매 금지돼야 하고 당장 농도라도 줄여 치사율을 낮춰야 한다"며 농림부와 농촌진흥청, 농약회사가 대책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최근 농촌노인 자살 건수는 지난 2000년대 초반에 비해 30%이상 급증했으며 2002년 이후 가중된 경제난이 자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안동시 녹전면 권영복(34) 사회복지사는 "현격한 사회경제 및 지역적 환경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노인 생활안정시책은 도.농간 차이가 없다"며 "붕괴 위기에 놓인 농촌의 현실을 배려한 농촌노인 대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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