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의 아픔을 느끼게 합니다…".
23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은 김선일씨를 기리는 추모 물결로 넘쳤다.
5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이라크파병반대 대구.경북 시민행동'이 주최한 이날 행사는 퇴근길의 직장인과 학생,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참석한 주부 등 3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근조'라고 쓰인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손에는 촛불을 든채 엄숙하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김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7세된 딸과 함께 촛불집회에 나온 전은실(32.여.대구 북구 구암동)씨는 "김선일씨의 죽음은 약소국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고, 아이를 업고 참석한 이진희(34.여.남구 대명동)씨도 "국익도 중요하나 개인의 목숨도 중요하지 않으냐"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잡혀 있는데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일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전쟁 반대', '파병 반대' 등을 외치며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진석(25.경북대)씨는 "미국의 명분 없는 전쟁터에 한국의 젊은이들을 내몰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으며 김주영(33.여.서구 비산동)씨는 "정부가 테러집단이 요구하는 파병 철회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파병을 고집해 결국 김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병을 찬성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친구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나왔다는 이영구(29.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이라크 추가파병에는 반대하지만 이미 파견된 서희.제마부대에 대한 철수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길수(55.북구 고성동)씨는 "파병 반대측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이번 일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냉정하게 바라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라크 파병반대 시민행동은 2천500명의 '파병반대' 서명서를 국회로 보냈으며, 26일부터는 대백앞 광장에 임시 분향소를 설치하고 파병반대 천막농성도 시작할 예정이다.
대학에서는 김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곳곳에 설치돼 경북대의 경우 인문대와 법과대, 사회대가 각각 분향소를 설치했으며 영남대, 대구교대도 23일 분향소를 설치하고 김씨를 애도하고 있다.
인터넷은 김씨에 대한 추모 물결로 뒤덮였다.
특히 많은 네티즌들이 일대일 쪽지를 주고받는 형식의 인스턴트 메신저 기능 등을 통해 '故 김선일씨 추모를 위한 조기(▶◀)달기' 운동을 펴면서 추모 움직임은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 김씨의 살해 장면이 담긴 영상이 24일 오전 공개됐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발빠른 대응을 강력히 촉구했다.
'irabu'라는 네티즌은 "살해 장면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다면 한국민을 두번 죽이는 것"이라며 "다른 모든 대응에 뒤늦은 움직임을 보인 정부는 각성하고 동영상 유포만큼은 꼭 막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현구.한윤조.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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