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비관론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이던 정부가 최근 이를 시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국민의 '쓴 소리'를 달갑게 받아들일 정권은 없다. 그러나 경기는 '실체'이지 '논리'로 판단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부가 아무리 거시경제 지표를 내세워가며 어렵지 않다고 강변(强辯)을 해도 서민들이 '죽을 맛'이면 그것이 바로 경기의 현주소다. 소모적인 경기 논쟁을 떠나 온기(溫氣)를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그런 정책을 국민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헌재 부총리는 25일 "올해 성장률은 5.3∼5.5%로 전망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올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인 5%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기 전망에 대해 꼬리를 내렸다. 지난 7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개원연설에서 "임기 내 매년 6%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발언을 염두에 둔 듯 이 부총리는 박승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내년에는 6% 성장이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불과 보름만에 경기를 보는 이 부총리의 시각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경제 수장의 이 같은 혼조(混調)에도 국민은 별로 동요하지 않는다. 이미 경기가 엉망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마당인데 정부가 다소 비관적인 자세로 돌아섰다고 해서 이를 탓할 계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기에는 국민이 정부보다 훨씬 앞서 찬바람을 맞는다. 이것이 바로 국민이 느끼는 경기의 실체라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부총리는 또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소비와 설비투자는 활발해지겠지만 수출증가세가 둔화되고 건설 투자가 금년보다 나빠질 것"이라며 "7월에는 틀림없이 소비자 물가가 4%를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상당한 위기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투자가 줄면 그것이 바로 불황의 시작 아닌가.사실 최근 들어 정부의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 부총리는 며칠전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면서 "국민 모두가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참아달라"고 했고 한은 총재도 "소비와 설비투자가 작년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감소한 데 이어 2분기 이후에도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악재(惡材)를 자주 쏟아내는 것은 앞으로의 경기가 결코 순탄치 않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실체를 조금이라도 파악한 것이 다행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은 '느려터진 대응 속도'에 답답하기만 하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국민은 여전히 이 부총리보다 더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를 과대 포장해서 부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위기인데도 이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불감증'이 훨씬 더 위험하다. 지금이라도 경기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여 이에 상응하는 정책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한다.
체감 경기와 동떨어진 정책은 오히려 위기를 부추길 것이다. 그리고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가정(假定)을 절대 버려서는 안된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