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브리머의 외로운 귀국

세계 외신들의 표현처럼 "무엇에 쫓기듯 치러진 볼품없는 행사"로 이틀이나 앞당겨 단 5분만에 끝낸 미국의 이라크 주권이양식은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

주권이양을 앞두고 한층 강도를 높여가는 테러 세력의 허찌르기라고 변명하지만 세계 최강대국의 구긴 체면을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주권이 이양되더라도 치안은 사실상 미국에 의존해야 할 뿐아니라 종족.계파간의 갈등, 앞으로 더욱 불안해질 정정 등 임시정부가 떠안은 짐을 볼 때 미국이 어떻게 저처럼 무책임할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 그 가운데서도 맥아더 이래의 최고위 집정관으로 각광을 받으며 취임했던 이라크 임시행정청(CPA) 브리머 행정관의 쓸쓸한 귀국은 이라크의 앞날이 어떠할까 예고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브리머 행정관은 이라크의 민주화와 재건을 명분으로 의기양양하게 이라크로 왔으나, 이라크 점령 후에 대한 미국의 사전 대책 소홀과 현지사정 때문에 번번이 마찰을 빚고 좌절을 겪는다.

그리고 원체 부지런하고 고집이 센 사람이어서 몇가지 실책을 저지른다.

이 때문에 그는 다음번 국무장관 감이라던 평판과는 정반대로 모든 책임을 지고 외롭게 수송기에 올랐다.

◆ 가장 큰 실책은 후세인 시절의 지배계급이었던 바트당 출신 인물을 공직기관에서 쫓아 내고, 군대를 해산 시킨 것이었다.

특히 군대해산은 이라크 정국을 결정적으로 불안케 하는 원인이 됐다.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된 군인들이 저항을 하고, 일부는 지하조직에 흡수됐다.

이때부터 차량폭탄테러가 빈발하고 미국군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브리머의 이같은 실책을 일부에서는 "우리는 하루 아침에 40만의 적군을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 두번째 실수는 시아파 무장세력이 운영하던 신문을 폐쇄한 것이었다.

젊은 성직자 사드르가 책임자로 있는 이 신문을 폐쇄함으로써 나자프 등지에서 지금까지 미국에 호의적이었던 시아파들의 도시봉기가 이어졌다.

미국내에서도 이라크 철수론이 고개를 들고 민주당 대선후보 케리의 공격이 강화되면서 부시는 주권이양을 서두른다.

◆ 브리머 행정장관은 이라크 각 종파지도자들을 만나고, 유엔관계자들을 설득해 임시헌법을 만드는 등 전력을 다해 주권이양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이라크의 상황이 워낙 불안, 주권이양을 1년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급박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주권이양이 온전할 리 없을 것이다.

미국은 모든 어려운 짐을 무력한 임시정부에 맡긴 꼴이 됐다.

부시가 재선에 성공하면 국무장관이 될 것으로 여겨지던 브리머는 앞으로 저술활동과 요리학원에 다니며 생활할 계획이라고 한다.

브리머에게서 부시의 마지막 날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발상일까.

최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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