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십니까".
요즘 들어 부쩍 듣는 소리다.
행복이란 단어가 있었던가? 너무 뜬금없어 "도를 믿으십니까?"처럼 들리기도 한다.
대충 "행복하다"고 얼버무린다.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할 만한 이유도 없다.
나의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렇게 살고 싶어 한 내일'이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게 무슨 현상일까.
공허하고, 짜증나고, 슬픈 이 감정 말이다.
지난 27일 중국인 근로자 정유홍씨 장례식이 있었다.
월급을 받지 못해 대구 지하철에 몸을 던진 지 꼭 두 달 되는 날이었다.
전국이 '김선일씨 피살'로 들끓는 가운데, 아는 듯 모르는 듯 그렇게 대구에 한을 묻었다.
주목 받지도 못하고, 슬퍼하는 이들도 많지 않았다.
그날 저녁 대구에는 천둥 번개에 폭우가 쏟아졌다.
말은 맞지만 "네 목숨 네가 지켜라"라는 정부의 매정한 소리에, 변호사까지 동원해 보상협상을 벌이는 김선일씨 유가족, 안 그래도 죽을 지경인 대구에 '강남 최대의 나이트클럽'이 등장한다는 소리하며….
'목숨도 네 것'이라면 '행복도 내 것'이다.
악착같이 행복해지는 방법밖에 없다.
극약(?) 처방. 행복해지는 영화 두 편이 있다.
웬만하면 한 번 보시길 '강추'한다.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와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 '아는 여자'는 장진 감독의 반짝이는 유머가 돋보이는 재치 넘치는 작품이다.
시한부 야구선수의 첫사랑 찾기가 줄거리다.
사랑에 속고 사랑에 울고, 사랑에 목숨 거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사랑이 뭐냐고 물었을 때 정답을 말할 수 있는 이들이 있는가.
장진은 "적당히 이름 묻고, 나이 묻고…. 그렇게 알게 되는 것이 사랑 아니냐"고 말한다.
죽은 이에게 사랑이 뭐가 필요있느냐. 사랑은 물처럼, 공기처럼 떠다니는 것이다.
외야수 동치성(정재영)과 그를 어릴 때부터 짝사랑한 여인(이나영)의 알콩달콩 사랑키우기를 보면 절로 행복감이 밀려온다.
'인어공주'는 엄마의 첫사랑을 그리고 있다.
삶에 찌들고, 나이 들어 주름으로 가득 찬 얼굴이지만, 엄마에게도 애틋한 소녀의 사랑이 있었다.
도심의 각박함을 떠나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엄마의 첫 사랑이 가슴 따뜻하게 만든다.
두 편 모두 감성과 판타지가 뛰어나다.
더 큰 장점은 주위를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엄마, 아빠, 동네 처녀…. 그리고 우리를. 이 두 편의 영화를 보고도 무덤덤하다면 안타깝게도 방법이 없다.
김중기기자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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