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는 한여름에 들어섰다. 심청의 고장 전남 곡성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곡성은 옛 농촌 풍경이 잘 보존된 산골마을로 천연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대박을 터트린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무대가 된 구 곡성역에는 전국에서 하나 밖에 없는 미니열차가 있고 최근 지자체에서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철도 자전거도 있다.
섬진강을 끼고 여유롭게 미니열차를 타며 추억만들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인근에는 구산선문의 하나로 동리산파를 이룬 유서 깊은 참선도량 태안사와 섬진강 문화학교 등 둘러볼 곳도 많다.
◇곡성 미니열차와 레일자전거
전라선 철도 개량공사가 완공된 지난 99년부터 곡성군에서는 폐선이 된 철로와 폐역사를 활용한 '심청골 철도공원'을 만들고 있다. 옛 곡성역 인근 1만 4천여평을 철도청으로부터 매입하고 폐선이 된 철로를 사들어 10년 계획으로 관광단지를 조성중인 이곳에는 현재 디젤로 운행하는 21인승 미니열차 한대와 철로로 다니는 레일자전거 10대가 운행중이다.
미니열차는 폐역사인 옛 곡성역에서 출발해 침곡, 송정을 거쳐 가정역까지 9.5km의 거리를 달린다. 송정역에서 내리면 심청 테마마을을 들를 수 있고 가정역 바로 옆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변을 따라 하이킹을 해볼 수 있는 색다른 체험도 할 수 있다.
섬진강을 끼고 꾸불꾸불 이어지는 철길을 달리는 달랑 한칸의 초소형 미니열차는 기관실도 개방되어 있고 유리창문도 없다. 커튼 대용으로 투명한 비닐커버가 붙어 있는데 걷어 올리면 바로 오픈카가 된다.
일반기차로 가면 10분 남짓한 거리지만 시속 20km내외로 달려 왕복 1시간 10분이 걸리는 추억여행은 전라선 구간중 가장 풍광이 좋은 이 구간을 천천히 달리며 살펴볼 수 있다. 출발역인 옛 곡성역은 1930년대 지어진 건물로 아직까지 원형이 그대로 잘 보존돼 있어 수십년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대구역사장면이 모두 이 곳에서 촬영됐다.
현재 곡성군에서는 150명이 탈 수 있는 소형 증기기관차를 제작중인데 내년 5월경이면 운행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4월부터 시험운영중인 미니열차는 오는 10월까지는 공짜로 탈 수 있는데 매주 토, 일요일에만 4차례(9시 30분/11시/오후 2시/오후 4시) 운행을 한다. 벌써부터 주말과 휴일에는 관광객들이 몰려 사전 예약을 받지 않으며 선착순으로 열차를 탈 수 있다.
미니열차와는 별도로 옛 곡성역사에서는 철로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이색체험을 할 수 있다. 자전거 바퀴와 철로를 맞물리게 해놓았기 때문에 자전거를 못타는 사람도 페달만 밟으면 된다.
연인과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도록 2인용과 4인용이 있으며 기어변속이 가능하고 앞으로 갔다가 되돌아 올 때는 자전거 안장을 거꾸로 돌려 다시 타고 오면 된다. 2인용도 앞뒤로 앉아 타는게 아니라 옆으로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며 탈 수 있도록 돼 있다. 자전거 바퀴가 철로를 구르면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마치 기차를 탄 느낌을 준다.(문의 : 061-360-8226)
◇태안사
곡성에는 천년고찰 태안사가 있다. 신라 문성왕 9년에 혜철국사가 선종사찰로 개산해 구산선문의 하나인 동리산파를 이룬 참선도량이다. 태안사로 들어가는 1.8km의 길은 시원한 계곡을 여러번 건너는 울창한 신록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책로다. 오르는 내내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산림욕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계곡 끝에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겸한 누각인 능파각이 나온다. 소담스런 산길이 일주문까지 이어진다. 숲 그늘이 어찌나 짙은 지 옷을 벗어 쥐어짜면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사찰 입구에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삼층석탑이 연못 한중간에 있다. 주변 산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그 옆으로 장엄한 일주문이 서 있다. 3단 축석위에 올려진 경내는 한적하다.
대웅전 위 가장 높은 곳에 혜철 선사의 부도가 모셔져 있다. 참선도량답게 사찰 오른쪽 위 한적한 곳에 스님들의 수행처가 따로 마련돼 있다. 하안거 결재중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선방의 규모가 먼발치에서 봐도 굉장히 크다.
◇태안사 가기전 죽곡리에는 섬진강 문화학교가 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산 사진작가인 임소혁씨가 지난 4월 분교에 갤러리를 만들어 놨다. 지난 15년간 지리산과 섬진강을 촬영한 사진 350여점이 4개의 전시실에 상설전시되고 있다. 2층에는 흑백 암실이 있고 강의실이 있다. 자연속에서 문학, 미술, 음악, 사진 등의 예술활동과 문화교실, 등산, 레져에 관한 워크샵을 여는 공간이다. 갤러리 뒤에는 사택과 연수원이 있고 운동장에는 잔디를 가꿔 놔 그림같은 곳이다.(문의 061-363-0269)
태안사 입구에 있는 조태일 시문학기념관도 내려오면서 들를만하다. 군에서 관리하는 이곳은 시인 조태일의 유품들이 전시돼 있고 4천여권의 시집이 전시돼 있으며 시낭송회와 워크샵을 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있다.
◇가는길:구마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곡성 IC→곡성읍지나 순천방향 27번 국도→심청골 철도공원(철도공원에서 태안사는 다시 돌아 나와 840번 지방도 타면 이정표가 나온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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