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2박3일 주말 시대

이 지구촌에는 각양각색의 나라들이 공존하고 있다.

생산성이 높고 일도 많이 하는 나라가 있으며, 생산성은 높지만 일은 적당히 하는 국가도 있다.

일을 많이 하지만 생산성이 낮은 나라가 있고, 일을 적당히 하고 생산성도 낮은 국가도 적지 않다.

아마도 미국은 첫 번째, 유럽은 두 번째 그룹에 속할 게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상당수는 세 번째 그룹에 들어가며, 후진국들은 마지막에 속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오랜 세월 동안 낮은 생산성을 열심히, 많은 일을 한 덕분에 경제성장을 이끌어냈으며, 지금은 생산성을 높일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우리의 과제가 육체 근로자들의 지식 근로자로의 전환, 지식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자본투자와 적극적인 유도가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영 시스템 혁신의 지원, 투명한 정부 정책, 교육.문화와 의식구조 등 사회 인프라의 조성도 이에 못지 않게 시급히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이 과제들을 제대로 풀어나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늘부터 1천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 사업장에 '주 5일 근무제'가 본격 실시된다.

근로자들의 근무 형태가 근로기준법이 제정(1953년)된 이후 51년 만에 '노동집약형'에서 개인의 삶의 질을 중시하는 '선진국형'으로 바뀌게 된 셈이다.

아직 일부 기업에서의 차질로 전면 실시는 안 되고 있으나 우리 삶을 에워싸고 있는 환경에 큰 변화가 올 건 틀림없어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국제통화기금 체제 이후 중산층이 거의 몰락해버렸다.

빈부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이젠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이 양극화 현상은 그 골이 점점 깊어가고, 계층 간의 위화감과 박탈감마저 점점 더 고개를 들고 있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으며, 일자리가 있더라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으로 숨죽이며 사는 경우도 그렇다.

경기침체의 끝이 안 보여 그 수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노동 뒤의 휴식이야말로 가장 편안하고 순수한 기쁨'이라고 했으며,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휴식은 피곤한 나날을 더욱 값있게 한다'고 했다.

휴식의 의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중하게 여겨져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정을 돌아보면 빛과 그림자가 함께 보인다는데 문제가 있다.

2박3일 주말 시대의 열림에 기대가 큰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게다.

재산.수입에 이어 취미.문화생활마저 빈부 격차의 골이 깊어지는 건 아닐는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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