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질금질금 비를 뿌리다가, 어느 순간 해가 쨍 나다가, 또 어둑신해지고, 인심쓰듯 잠깐 푸르른 하늘을 보여주다가 또 우르르 쾅쾅!....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요즘 같은 장마철이면 농부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지곤 한다.
몇 년 전 잠시 얼치기 농부가 되어본 경험 때문이다.
대구 근교 지인의 묵정밭 한 귀퉁이에 텃밭을 만들겠답시고 엉성하게 밭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흙일의 정직함과 무공해 야채로 심신의 건강을 도모하겠노라며 시작했던 일이었다.
어설프게 뿌린 씨앗에서 싹이 돋고 날이 다르게 녹빛을 더해가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때론 잡초를 뽑는다는 것이 엉뚱하게 상추며 쑥갓 따위의 싹을 뽑아버리는 실수도 있었고, 애써 가꾼 봄배추는 벌레 좋은 일만 시켜버리기도 했지만 바람에 실려오는 구수한 흙냄새를 맡으며 땀 흘리다보면 절로 엔돌핀이 솟구치는 듯했다,
볼품은 없지만 무농약 채소들을 지인들과 나눠먹을땐 나눔의 즐거움을 깨닫게 하였다.
하지만 그런 상큼한 여유는 장마가 시작되면서 허망하게 끝나버렸다.
두어 차례 폭우가 쏟아진 뒤 물이 빠진 밭에 들어서는 순간 "앗, 이럴 수가!" 하는 탄식이 절로 터져나왔다.
동화 속 잭크의 콩나무처럼 쑥 커버린 잡초들이 아예 숲을 이뤄버렸던 것이다.
잡초를 제때 뽑지 않은 탓이었다.
어디 뽑을 만해야 뽑을 엄두라도 낼 텐데 이건 숫제 풀밭이 돼버렸으니.... 몇포기 뽑고나면 방금 뽑은 자리에서 새로 잡초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어떤 것들은 어찌나 뿌리가 굵고 깊은지 부러질지언정 결코 빠지지 않았다.
옛 민요에 "논에 가면 갈(갈대)이 원수, 밭에 가면 바래기(바랭이풀) 원수, 집에 가면 시뉘 원수" 라더니 정말이지 원수가 따로 없었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김수영 시의 '풀'은 그토록 멋있건만....
결국 봄날 내내 애지중지 키웠던 것들을 쓰라린 심정으로 포기하고 잡초들에게 밭을 넘겨주고 말았다.
한데, 바로 이웃한 콩밭은 두 양주가 그리도 열심히 잡초를 뽑더니 밭 전체가 말간 것이 가히 대조적이었다.
한철 잠시의 농부경험에서 체득한 거라면 잡초란 그때그때 뿌리뽑지 않으면 이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자라 전체를 덮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 속에 뿌리내린 미움, 시기, 거짓됨.... 그런 잡초들은?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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