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이 선친의 친일행적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당 의장직을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신 의장은 17일 저녁 김부겸(金富謙) 비서실장 등 측근들과 함께 심야회동을 갖고 선친의 행적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퇴를 결심하고 그 시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장은 18일로 예정된 대구.경북 방문 일정 및 이후의 모든 일정을 전면 취소했으며 이날 당 일정도 일체 잡지 않았다.
신 의장은 17일 오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고, 오후에는 고위당정회의에 참석하는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해냈지만 선친의 일본군 복무 당시 구체적 활동이 공개되고 증언이 잇따르는 등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전반적 분위기는 부친의 허물을 아들에게 물어서는 안된다는 동정론보다 신 의장의 '거짓말'에 대한 배신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여당 지도자의 명백한 허물을 두고 시간을 끌 경우 정권 전체의 도덕성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깔려 있다.
안영근(安泳根) 제1정조위원장은 "부친의 행적이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정치할 자격이 없다"며 정계은퇴까지 거론하는 등 초강경론을 들고 나왔다. 특히 신 의장의 부친으로부터 고문을 받았다는 몇몇 항일운동가의 증언은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나 문희상(文喜相) 의원 등이 제기한 "적극적 은폐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문책을 요구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엄호성 발언을 무색케 만들었다.
18일 언론보도는 일제히 1944년 4월 경남 진해의 일본군 제51해군 항공창에서 태업 등 항일운동을 하다가 체포됐던 차익환(79·경기도 고양시)씨는 "1944년 7월 진해 헌병대에서 시게미쓰 구니오(重光國雄)라는 한국인 헌병대 군조(중사)로부터 취조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고 말했다는 증언을 대서특필했다. 시게미쓰 구니오는 신 의장 부친의 창씨개명한 이름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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