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갈마당'의 단상 ②

'성매매 방지법'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자갈마당' 아가씨들이 서울까지 가서 데모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이번 국감에서도 말이 많았고, 얼마 전 '집창촌(자갈마당) 여성 설문조사' 때문에 여성부가 '발칵' 하는 등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필자의 글은 처음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이데올로기'라고는 한 톨도 없다. 사주를 받은 일도 없고, 사주할 사람도 없다. 말 그대로 허접한 단상일 뿐이다. 왈가왈부 사절! 악플 딴지 사절!

'자갈마당'을 몇 차례 가보지 않은 남자는 드물 것이다.

직장 생활 하다 보니 '피치 못해'(?) 한 두 차례 방문했다. '피치 못해'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여성도 있다. "직장생활 혼자 하나!", "자갈마당에서 직장생활하냐?" 등... . 그러나 남자들만의 애환이 있다. '하기 싫어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것이 있다. 수컷들만의 결사라고 할까.

대부분 호기심이 먼저다.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불구대천(不俱戴天)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횟집 수족관 고기도 "요놈 떠 주세요"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이다. 하물며 사람이야 말해 뭐할까. 10명가량의 아가씨들이 두 줄로 '진열'된 유리장을 들여다보고 아가씨를 고르는 일은 참 못할 짓이다. 맨 정신이면 어림없는 일이지만, 얼큰한 취중 속에서는 그것도 모두 가능한 모양이다.

희한한 것은 '창녀촌'에 갔으면서도 대부분 가장 순진하게 생긴 여자를 고른다는 것이다. 돈 주고 사는 하룻밤의 연정조차 가장 푸근하고, 친근한 여인에게서 찾는 남성의 심리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를 봤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 '작업장'은 호텔급이다. 그러나 실제는 한 평 남짓한 곳이 대부분이다. 침대 하나에 화장대가 고작이다. 그것도 영화의 소품처럼 으리으리한 것이 아니다. '호마이카 밥상'같이 소박하다.

이 곳의 조명도 역시 붉은 등이다. 그래서 커텐이며, 벽이며 천정이 전부 벌겋다. 이것만 빼면 여느 소녀의 방과 다름없다. 화장품도 가지런히 놓여있고, 화장대에는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도 붙여놓았다.

한번은 연예인 사진 뒤에 모르는 남자사진이 있는 것을 봤다. 어렵게 얻는 대답은 옛날에 좋아하는 오빠사진이라는 것이다. 몸을 파는 '무지막지'한 '창인'(娼人)에게 오랜 시간 잊지 못하는 '정인'(情人)이 있다는 사실은 일견 당연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일'이 끝난 후 난감하다.

'자갈마당'은 대부분 남자들 몇몇이 몰려가는 곳이다. 개인차가 있어 같은 시간에 끝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틀림없이 누군가는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내가 아닐까. 또 수컷의 고민이 나온다. 그래서 골목에는 커피도 팔고, 요구르트도 파는 리어카가 있다.

'총각 파티'라는 것이 있다. 군대가기 전이나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총각딱지를 떼어주는 일이다. 여인의 순결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은 동정을 버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수컷의 심리 또한 폭력적이지 않은가.

창녀촌에서 동정을 바치는 총각이 의외로 많았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거기 안가고도 줄 데도 많고, 갈 데도 많다"고 한다. 성매매가 아니라도 SOC(사회간접자본)가 잘 돼 있다는 것이다. 하긴 둘러보면 지천으로 널린 것이 모텔이다.

어떤 조직이든 새로운 조직원이 들어오면 치르는 불문율이 있다. 필자가 아는 어느 조직은 ''자갈마당'에 가는 것'이 전통이었다. 일종의 '신래침학'(新來侵虐. 신참에게 가하는 학대)이다.

'불법이냐, 전통이냐'. 올해는 지켜지지 못할 모양이다.

에로킹(에로영화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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