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 열중하는 자녀를 보면 무조건 꾸지람부터 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나도 어릴 때부터 유난스럽게 만화책을 끼고 자랐지만, 언제나 부모님과 선생님께 들킬까봐 숨어서 몰래 봤던 기억이 난다.
영화 평론가 하재봉은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를 보면 잘 짜여진 소설을 한편의 영화로 번역한 것 같다는 평을 했다.
그러나 요즘 세대는 그런 식으로 짜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느낌대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엄마 뱃속부터 영상을 느끼고 봐 온 영상세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끼 하야오도 시나리오보다는 순간적인 발상을 스케치한 이미지 보드를 퍼즐처럼 조합한 후, 떠오르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도 어린 시절부터 대단한 만화광이었으며 만화가였다.
어린 시절 보아온 만화의 이미지 조각들은 오늘날의 이미지 보드가 되고, 그의 애니메이션이 된 것이다
비단 만화뿐만이 아니다.
신세대 가수 비도 어린 시절 박남정과 서태지와 아이들의 춤을 보며 춤 공부를 하였다고 한다.
공부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전문가가 되어 간 것이다.
예술고등학교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가르치고 있는 나는 수업시간에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때가 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조차도 그냥 노는 시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앞에서 든 예처럼 모든 창작 역량은 많이 보는 것에서부터 성장하기 시작한다.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대학시절 하루에 3편 이상, 일년에 천 편이 넘는 영화를 탐닉했다고 한다.
그것은 오늘날 그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힘의 원천이 되었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점차 만화책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좋은 작품을 만들 가능성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더 이상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을 나무라지 말자. 그들 중에 미야자끼 하야오 같은 인물이 나올지 모른다.
지금은 영상시대이다.
이재웅 협성애니메이션아트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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