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오페라단이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강산도 두 번 바뀔 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다.
영남오페라단뿐 아니라 지역 오폐라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서고 국제오페라축제로 예술계가 한껏 고무돼 있다.
구미, 포항시에도 오페라단이 생겨났다.
산허리에 걸려 있던 단풍이 길가로 내려와 단풍잎을 노랗게 물들이는 가을. 앞산 자락에 자리잡은 영남오페라단 연습실로 김귀자(경북대 교수)단장을 찾아 갔다.
김 단장은 내달 무대에 올릴 20주년 기념작 '오텔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습실에서 생활한 지 벌써 3개월째. 배우들 사이를 오가며 독려하는 모습에서 여장부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오페라 잘 해봐야 얻는 건 병이요, 늘어나는 건 빚뿐이니 하지 말라고 주위에서 모두 말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뭔가에 홀렸나 봅니다.
" 김 단장은 지난 94년 대구 오페라의 대부인 김금환(작고) 전 영남대 교수로부터 영남오페라단을 물려받은 기억을 회상하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용기 하나만 믿고 무작정 일을 시작했습니다.
" 김 단장은 데뷔 첫 작품으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박쥐'를 선택 한 뒤 비엔나로 날아갔다.
세계적 연출가 로버트 헤르쯔를 찾아가 대구 방문을 요청했는데 기대하지도 않게 그 자리에서 'yes'라는 답변을 받아냈다.
제작비로 당시 출범한 민간방송의 도움과 후원금으로 1억6천만원의 거금도 마련했다.
지역 오페라 제작 비용이 편당 3천만~4천만원에 불과한 시절 엄청나게 큰 돈이었다.
국내외를 오가며 발로 뛰어 만든 '박쥐'는 서울, 포항 등 순회 공연까지 하며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사심 없이 일하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가 봅니다.
맨손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었으니…" 김 단장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스스럼없이 '박쥐'를 꼽으며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겸손해 했다.
김 단장은 또 "지난 84년 창단 이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매년 무대를 만든 것이 영남오페라단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덧붙였다.
영남오페라단은 창단 후 지금까지 22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특히 '박쥐',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 등을 국내 최초로 공연, 향토뿐 아니라 국내 음악 발전에도 기여했다.
"한 작품 끝날 때마다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못 이겨 그만두겠다고 결심합니다.
작품을 보고 감동하는 관객들이 없었으면 벌써 그만두었을 것입니다.
" 김 단장은 희생과 열정이 없으면 오페라를 계속할 수 없다며 그동안 일을 즐긴 것이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임을 강조했다.
"경제적 뒷받침만 되면 더 좋은 작품을 올릴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늘 남습니다.
외형상 오폐라계는 성장했지만 질적인 측면을 보면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메세나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 예산 걱정 안하고 작품 만들었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 김 단장은 지역 예술계 발전을 위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2001년 공연한 '오텔로'를 20주년 기념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최고의 성악가를 캐스팅하고 무대, 의상을 업그레이드시켜 진짜 오텔로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오페라는 공연 예술의 꽃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대리만족 기능도 있습니다.
" 김 단장은 이런 매력에 빠져 지난 10년 동안 오페라 만들기에 힘을 쏟았다면서 적임자가 나올 때까지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희극 가운데 국내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나 어린이·어른 모두 좋아하는 그리스신화를 무대에 올려 볼 생각입니다.
" 김 단장은 벌써 내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사진: 김귀자 영남오페라단 단장이 창단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공연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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