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외 어학연수 이렇게

해외 어학연수가 젊은 세대에게 자연스런 경험으로 자리잡고 있다.

초등학생들조차 방학이 되면 캐나다, 호주 등지로 떠나는 일이 다반사다.

어학연수가 나쁜 건 아니지만 문제는 연수만 가면 영어가 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자기 실력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른 최소한의 준비도 않은 채 일정 기간만 버티면 영어가 되지 않겠나 하는 무계획적이고 막연한 생각으론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특히 방학 한 달 동안 외국에 가서 한국 학생들끼리 어울리기 십상인 반짝 캠프는 그 나라의 문화나 언어를 냄새만 맡고 오는 경우가 되기 쉽다.

성공적인 연수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현지에서 어떻게 공부해 나가야 하며, 그들의 문화 속으로 어떻게 스며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해외 연수 현장에 가보면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지에서 온 학생들은 영어 적응이 놀랄 정도로 빠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그들보다 일본어나 중국어를 빨리,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처럼 그들의 언어 특성이 우리보다 나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구어체 영어를 많이 접했던 것도 빠른 실력 향상을 보장하는 주요 원인일 것이다.

영어 공부 기간만 놓고 본다면 우리가 들인 시간도 그들에 비해 결코 짧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영어 학습법은 문법 전문가나 단어 암기왕 같은 사람만 배출시킨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의 문법 지식과 단어 실력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부족한 회화 실력을 보며 의아해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일요일에 해당 지역의 공공도서관에 가 보면 알 수 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은 대부분 중·고교 때 학습했던 것처럼 해석하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서 연습장에 몇 번씩 써 가며 외운다.

그런 식의 영어 연수가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지만 심각한 사실은 그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하면서도 과연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모른다는 점이다.

연수를 실패로 끝나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의 영어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연수 기간만 길게 잡으면 무조건 성공할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외국어는 싫든 좋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나름대로 '단계'란 것이 있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평가해야 하며, 그 토대 위에 연수를 어떻게, 얼마동안, 어디에서, 무엇 위주로 하겠다는 명확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유형별로 살펴보자.

1) 외국인 앞이든 한국인 앞이든 영어 한 마디 하기가 힘든 사람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6개월 이상의 장기 연수를 계획한다면 거의 다 실패한다.

"6개월 정도 있으면 기본적인 말은 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그 정도는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사람은 길어도 두 달 이상 그 나라에 머물 필요가 없다.

현지에서 벽을 느끼고 귀국해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연수의 효과는 충분하다.

2) 외국인의 말을 약간 알아들으며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빠르게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연수 기간은 6개월을 넘지 말아야 한다.

연수를 가는 곳은 주로 사설 학원이다

학원 입장에서 보면 제일 높은 수준의 강좌는 소위 '돈'이 안 되므로 운영은 당연히 영어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을 위주로 한다.

처음에 낮은 수준의 반에 배정받는다고 해도 최소 5개월이면 그 학원의 제일 높은 반에 도달할 수 있다.

그 학원에 일 년 정도 머문다고 해도 나머지 기간은 같은 반에서 계속 공부할 확률이 높다.

그때부터는 시간과 돈의 낭비일 뿐이다.

이는 더 올라갈 반이 없다는 데서 오는 자만심과 같은 수준의 강의가 반복되는 데 따른 식상함 때문이다.

또 이 단계가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기 때문에 변화를 구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귀국한 뒤 다른 연수를 준비하거나 대학원 공부를 계획해보는 식이다.

3)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되며 토플 점수가 560점(PBT) 이상인 사람

이런 사람들은 몇 달을 연수 가든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나 일 년 정도의 장기 연수를 생각하는 사람이면 돈과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해 캐나다나 미국에 있는 전문대학을 적극 권하고 싶다.

전문대학에 가면 특정 학과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함에 따라 영어 실력이 급속도로 향상된다.

수업시간에 듣기, 학과 친구들과의 토론, 리포트, 심지어 자잘한 이야기조차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또한 연수는 조금이라도 힘들면 포기할 수 있지만 학교는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전문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았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재수할까말까 고민하다가 건너간 사람들이었다.

만약 일 년 연수를 계획한다면 국내에서 높은 토플 점수를 받아서 캐나다나 미국에 있는 전문대학 입학 허가서를 들고 이 년 동안 공부하러 가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충고하고 싶다.

4)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방학 동안의 짧은 연수

3주나 4주 만에 speaking 능력이 확 올라가는 일은 절대 없다.

이런 연수의 가장 큰 효과는 '내 영어가 정말 형편없구나'하고 느끼게 만들어서 귀국한 뒤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문강명(문깡외국어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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