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의야! 너 어디 있니?

"톡톡 튀는 아이의 창의력 교육, 학교에 맡기세요."

창의력 교육, 꼭 필요한 줄은 알지만 사실상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학부모들에게 반가운 소식 하나! 대구의 교사들이 직접 만든 창의력 교과서 '남다른 생각, 자라나는 창의력'(가칭)을 통해 내년부터 학교에서 '창의력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창의력 교과서와 수업 내용을 미리 들여다봤다.

▲수업 언제부터 어떻게

창의력 교육이 학부모들에게 높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학교 교육에서는 본격적으로 손을 못 대고 있었던 것이 사실. 학생들에게 정답만을 강요하는 학교 수업이 사고를 획일화시켜 창의력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적잖았다.

대구교육청 창의성교육지원단이 이 같은 편견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현직 교사들이 직접 나서서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학년별 교과서 9종(초등 6종, 중등 3종)을 개발, 학생들의 창의력 기르기에 앞장서기로 한 것.

창의력 교과서로는 전국 처음 선보이는 '남다른 생각, 자라나는 창의력'은 민감성과 상상력, 유추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 등 7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오는 17일 심의를 통과하게 되면 내년 3월부터 대구 시내 초등학교에서는 학교별로 재량에 따라 주 1, 2시간 이 교과서를 활용한 창의력 수업이 가능해진다.

초등 창의성 교재 편찬협의회 이동원 화남초교 교장은 "22명의 집필진이 주말과 여름방학은 물론 휴가까지 반납하고 편찬에 땀을 쏟았다"며 "기존 출판사에서 펴낸 창의력 교재와는 차별성을 두기 위해 교재 개발에 교사들의 '창의성'이 총동원됐다"고 말했다.

▲'엽기'와는 다르다

창의성 교육을 위해서는 인성교육이 우선 필요하다.

아무리 새로운 발상이라도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사회와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창의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동원 교장은 "상당수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기발함을 '엽기성'으로 오인하고 있다"며 "얼마 전 열린 국제청소년영화제 출품작의 상당수가 심각한 폭력성을 주제로 내세웠던 것도 엽기적인 것을 참신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집필진들은 소재를 선정하는 데부터 최대한 신중을 기했다.

폭력이나 전쟁을 연상하지 않도록 역사적으로 유명한 전투나 장군 등의 소재까지도 아예 배제하고 일상적인 소재들 속에서 올바른 윤리의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내용을 꾸몄다.

또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도록 만들기, 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최금희(39·여·관남초교) 교사는 "학습에 필요한 준비물을 구하기 힘들면 교사와 학부모가 가르치기를 포기하게 되므로 가능하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되레 망친다

교재 집필진들은 "선생님과 엄마가 생각하는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아이가 엉뚱한 답을 이야기하더라도 "그건 아니야"라고 말하기보다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니"라고 의견을 제시해 주고 아이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옥정(37·여·태현초교) 교사는 "한 개의 답을 찾았다고 해서 금세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말고 여러 가지의 답을 생각해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이므로 가능하면 다양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게끔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나만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 또한 인정할 수 있는 자세를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다.

교재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놀이 도구, 각종 야외활동 등 또다른 교육과 연계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엄마가 유의해야 할 점은 절대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창의성 교육은 다른 어떤 학습보다 꾸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학력 향상에 결부시키거나 하루아침에 아이를 '천재'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금물.

다소 엉뚱해도 스스로 다양한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어떤 질문이든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을 때, 책과 연필만을 가지고 공부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사물을 대상으로 탐구해 볼 수 있을 때, 아이들의 독창적 사고력은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그래픽 : 고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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