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영화 '역도산'(싸이더스 제작)이 6일 그 베일을 벗었다.
이날 오후 용산 CGV에서 열린 월드프리미어 시사회에는 수천 명의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등 이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파이란' 이후 3년여 만에 세 번째 작품인 '역도산'을 내놓은 송해성 감독은 "지난 3년 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치열하게 역도산이라는 인물에 빠져들었다"며 "전작들이 흥행이 시원찮았지만 이번 영화가 그 기록들을 깰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연 배우 설경구, 나카타니 미키 인터뷰
6일 오후 5시 영화 '역도산' 월드프리미어 시사 회견장에 나타난 남녀 주연 배우인 설경구와 나카타니 미키는 "영화 촬영 내내 힘든 고난의 연속이었다"며 "그분의 치열했던 삶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서 역도산이라는 인물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들에게 촬영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물어봤다.
"일본어 대사가 촬영 내내 나를 괴롭혔다.
일본 배우들이 개인교습을 충실히 해 준 덕분에 겨우 촬영을 끝낼 수 있을 정도로."(설경구) "먹는 것부터 다르고 스태프도 한국과 일본인이 섞여 있고, 시간 배분도 힘들고 진행 순서도 달랐다.
솔직히 촬영 현장은 지옥이었다.
"(나카타니)
역도산은 '일왕 아래 역도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후 프로레슬링을 통해 일본의 국민적 영웅이 된 인물. 하지만 일본에서도 그에 대한 평가는 최고의 신사와 비열한 모사꾼 등으로 엇갈린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촬영 전 이분에 대한 엇갈린 자료를 보면서 많은 갈등을 했다.
짧고 굵게 산 영웅의 모습과 진짜 불행한 콤플렉스 덩어리 중 어떤 쪽으로 연기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면서부터 그분의 삶에 연민을 느끼면서 펑펑 운 적도 많다.
이 영화는 영웅 이야기가 아니다.
어려운 시기에 치열하게 살다 간 한 사나이의 이야기일 뿐이다"고 했다.
역도산의 아내 '아야'역을 연기했던 나카타니 미키는 "설경구는 정말 대단한 배우다.
이 사람은 연기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나쁜 선배이기도 하다.
그를 통해 한국어를 많이 배웠는데 상당수가 욕이다.
앞으로 제대로 된 한국어를 배워 한국팬들 앞에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역도산'은
6일 처음 일반에 공개된 영화 '역도산'은 한마디로 쿨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한 영웅의 일대기를 그린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
연기에서 연출까지, 비튼 부분 하나 없는 정공법을 택한 이 영화는 스타일의 욕심을 버린 채 몸 하나로 시대를 관통하며 살았던 한 사내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런 류의 영화가 흔히 가지는 가족주의도, 사랑의 애절함도 담지 않았다.
드라마틱한 절정도 의도적으로 피한 느낌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난 후 반응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원하는 것은 감동이 아니라 삶의 고단함과 팍팍함을 공감하게 하는 것이기에 감독의 의도가 배우들의 연기에 잘 먹혀든 듯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설경구라는 배우 하나만 보고 나와도 2시간이라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함께 출연했던 많은 일본 배우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가 연기에 임하는 프로정신은 영화 곳곳에서 묻어난다.
일본어로 거의 모든 대사를 유창하게 소화했고, 몸무게를 18㎏이나 불리면서 링 위에서 피를 튀기며 혼신을 다해 싸우는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낸 그는 역시 설경구였다.
이 영화에 나타나는 모든 단점들을 설경구 혼자만의 힘으로 충분히 커버하지 않을까.
그래도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들과 전작 '파이란'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헤집고 다녔던 송해성 감독의 이름값에 '살인의 추억', '말죽거리 잔혹사', '범죄의 재구성' 등을 제작한 신흥 명가 싸이더스가 합세하면서 그동안 숱한 화제를 뿌린 영화치고는 매우 약한 느낌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더라'는 속담이 딱 어울린다고 할까.
한 시대를 풍미한 역도산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주는 카메라는 너무 정직해서 감정 몰입이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한 단점이다.
개인의 초상을 쫓아가는 것은 드라마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인간적인 진심이 느껴지는 역도산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한 점은 관객이 그의 삶에 동화되지 못하게 하는 방해물로 전락했다.
1950년대 일본 프로레슬링의 한 획을 그었던 역도산의 삶을 그린 영화 '역도산'은 그의 41주년 기일에 맞춰 오는 15일 개봉한다.
상영시간 137분, 12세 이상 관람가.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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