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구벌 일화-(21)지하철역 이름

지하철의 역사 이름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전동차가 서는 역마다 고유의 이름이 붙어 있다.

반고개역, 반월당역, 안지랑역, 성당못역, 중앙로역 등등….

그 이름을 결정하는 것은 '대구시 공공용물명칭재개정위원회'다.

다소 긴 이름을 갖고 있는 이 위원회는 말 그대로 국문학자, 사학자, 시민단체 활동가, 언론계, 대학교수 등이 공공이용물에 대한 명칭을 결정하고 바꾸는 곳이다.

역사 명칭이 이곳에서 확정되기까지는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명칭 제정의 원칙은 누구나 알아보기 쉬운 대표적인 지명을 역 이름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지하철 1호선의 경우 30개역 이름이 무난하게 지어진 듯했다

그러나 지하철 1호선 개통을 6개월여 앞둔 97년 4월 '영선역' '남대구역' 등 일부 역에 대한 이의 제기가 잇따랐다.

지하철 역사 인근에 있는 공공기관·단체들이 자신들의 명칭을 역 이름으로 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역사 이름이 이들 기관·단체의 위상을 높여 주리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었다

당초 '영선역'은 예전에 영선못이 있었다는 이유로, '남대구역'은 남쪽의 중심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대구교대와 동창회는 서울에도 '교대역'이 있고 명확한 명칭을 붙여야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영남대병원도 수많은 이용객이 찾는 병원의 중요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렇게 해 '영선역'은 '교대역'이 됐고, '남대구역'은 '영대병원역'이 됐다.

대구시 권오곤 자치행정과장의 얘기다.

"재심 요구를 해오더라도 모두 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들이 쉽게 잘 알고 있는 명칭을 붙이자는 논리에 위원회가 찬성을 한 사례이지요."

지하철 2호선(내년 9월 개통)의 26개 역사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위원회에서 2000년 10월 당초 '동산역'이 '서문시장역'으로, 올 8월 '삼덕역'이 '경대병원역'으로, '수성역'이 '대구은행역'으로, '담티역'이 담티역(산대·대륜역)'으로 각각 바뀌었다.

예전 명칭은 광범위한 지역을 포괄하고 있어 역사 인근에 있는 주요 기관의 명칭을 그대로 쓰는 게 낫다는 논리가 먹혀든 것이다.

물론 해당 기관·단체의 적잖은 노력도 있었다.

경북대병원은 하루 수천명이 오가는 대형 병원이고, 대구은행은 대표적인 향토기업, 담티역(산대·대륜역)은 대구산업대, 대륜고 인근에 위치했다는 이유였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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