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地上과의 인연

더 차거워져야 한다

활시위처럼 몸 당겨

겨울로 간다

작살 같은 대오로

하늘을 끌고 간다

몸 비트는 하늘

깃털처럼, 白雪 쏟아진다

이정록 '기러기떼'

기러기는 이별과 눈물의 등가물(等價物)이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의 박목월 때문에 그렇고, 기럭기럭 기러기 슬피 울건만의 오빠 생각 때문에 그러하다.

기러기란 말의 생김새 때문에, 작살 같은 대오의 비행 때문에 또한 그것은 외롭고 가파르다.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라는 최백호가 아니라도 이별은 늘 활시위처럼 외롭고 이별은 자주 화살처럼 가파른 법, 몸 당겨 하늘 끌고 날아간 기러기떼 어디로 갔나? 쏟아지는 백설은 기러기떼 노래인가, 몸 비트는 저 하늘 부서진 조각인가, 옛날 한 옛날 이별에 가슴 다친 당신의 눈물인가?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