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음따로 몸따로 '무정위성 뇌성마비'

약물로 동작통제 가능

전체 인구 1천 명 가운데 2명이 뇌성마비에 걸린다고 한다. 특히 얼굴, 목, 몸통, 팔다리 등이 제 맘대로 움직이는 무정위성 뇌성마비 환자는 전체 뇌성마비의 20~50%에 이른다.

무정위성 뇌성마비는 뇌 기저핵의 손상으로 나타나는 질병으로 환자가 긴장할 때 무정위성 운동이 증가한다. 영화 '오아시스'의 여 주인공(문소리)이 바로 무정위성 뇌성마비 환자이다. 신생아 황달이 무정위성 뇌성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무정위성 운동은 환자의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척수의 퇴행성 변화를 촉진, 목의 통증이나 사지 마비를 초래한다. 따라서 몸을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이고,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선 무정위성 운동을 줄일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하다.

무정위성 뇌성마비 환자 180명을 대상으로 한 일본 학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4세 이전인 35명 중 3명이 척수손상이 생겨 수술을 했고, 25~34세 66명 가운데 16명, 35~44세 45명 가운데 13명이 같은 수술을 받았다. 또 45~54세 13명 중 8명이, 55세 이상 13명 중 3명이 척수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가 발생, 수술을 했다.

■약물치료

무정위성 운동을 약물로 억제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아직 효과가 입증된 약물은 없다. 그동안 많은 의사들이 무정위성 운동을 줄이기 위해 여러 약물들을 사용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이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여겨볼 만한 성공 사례가 있다. 경북대병원 재활의학과가 지난해 7월부터 무정위성 뇌성마비환자에게 사용한 리보트릴(성분명 클로나제팜)이 효과를 보였던 것이다. 모두 10명의 환자에게 처방했는데 이 중 8명이 약의 효과에 만족하면서 계속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리보트릴은 불안을 줄이는 진정제로 분류되지만 국내에서는 간질 증상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리보트릴을 복용해 무정위성 운동이 줄어든다면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무정위성 운동이 다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약물 복용에 따른 부작용은 없을까. 약물을 복용한 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졸음이 오고 힘이 빠진다고 한다. 이 같은 부작용은 복용량을 적절히 조절하고 자기 전에 먹는 방법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 무정위성 운동 억제에 필요한 리보트릴 용량은 하루 한 알 정도이다. 이는 간질에 사용하는 양의 10~20%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리보트릴을 사용한다고 해서 무정위성 운동을 완전히 줄일 수는 없다. 정확한 연구 결과는 없지만 10~30% 정도는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술치료

두 가지의 수술법이 있다. 첫째는 목뼈의 퇴행성 변화로 척수손상이 생긴 경우 목뼈를 고정시키는 수술이다. 무정위성 뇌성마비에서는 목뼈를 더 튼튼하게 고정해야 하기 때문에 무정위성 운동이 없는 사람보다 수술이 더 어려운 편이다. 수술 후 손상된 척수의 회복은 부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수술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뇌수술을 통해 무정위성 운동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수술을 원하는 경우엔 뇌수술이 가능한 병원에서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의사로부터 수술의 효과, 위험성 등을 자세히 설명 듣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이양수 경북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사진: 영화 '오아시스'의 한 장면. 여주인공 문소리가 무정위성 뇌성마비 환자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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