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LG카드 증자 심야협상 결렬

채권단 대응책 고민...정부 개입 부각

LG그룹이 LG카드 채권단의 요구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증자액을 제시, 양측의 벼랑끝 대치 국면이 좀더 길어지게 됐다.

채권단을 대표하는 산업은행은 29일밤 LG측과 만나 심야 협상을 통한 막판 타결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윤우 부총재와 LG그룹 강유식 부회장이 만나 증자문제를 협의했으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성과없이 끝났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이 부총재와 강 부회장의 협상에서 성과가 있을 경우 이를 토대로 유지창 총재가 LG그룹의 최고위급 인사를 만나 극적인 타협을 이끌어 낼 계획이었다"고 설명, 결과적으로 최고위층의 회동이 성사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앞으로 계속 협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카드 박해춘 사장은 이날 오후 9시 이사회 정회를 선언한 직후 "유 총재가 LG의 고위관계자를 만나고 있으며 밤 12시까지 협상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해 타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나 심야 협상이 무산됨에 따라 이사회 속개 일정을 잡지도 못했다.

앞서 이날 낮 LG는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에 의뢰한 결과 LG측이 1천800억∼1천848억원을 분담하거나 보유채권중 5천억원을 후순위 전환사채(CB)로 전환한 뒤 2천399억∼2천643억원을 출자전환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1천800억원대 분담안은 LG카드가 청산될 때 LG와 채권단이 입게 될 손실액을 기준으로 했으며 최고 2천600억원대의 분담안은 LG카드가 청산되지 않을 때 예상되는 양측의 투자수익률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사실상 종전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되풀이한 것으로 이는 LG카드 증자 예정액 1조2천억원중 채권단이 6천640억∼1조200억원을 분담하라는 주장인 셈이다.

특히 채권단이 현재 LG의 출자전환액으로 요구하는 6천700억원과도 최소 4천억원가량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채권단은 당초 LG측에 8천750억원의 출자전환을 요구했다가 7천700억원을 거쳐 최근에 다시 요구수준을 낮췄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며 산업은행도 LG측의 안이 제시된 직후에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채권단과 LG그룹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음에 따라 LG카드의 청산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이 그동안 밝혀온 대로 LG카드에 대해 바로 청산 시나리오를 작동시키기 보다는 추가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 우세하다.

내년 1월10일 전후까지도 추가 여유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오전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초청 강연에서 "시장규율에 따라 당사자간 합의하는게 최선이며 시장규율이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만약 시장규율이 작동되지 않으면 감독규율이 작동될 수도 있다"고 언급, 청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감독당국이 중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산업은행과 함께 농협, 기업, 국민은행 등 채권단은 현재 대응책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그동안 LG카드가 청산될 때 LG그룹에 대해 금융제재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혀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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