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본동의 학산근린공원이 주민들의 무분별한 텃밭 개간과 산림훼손으로 망가지고 있다.
19만9천여 평의 학산공원 중 20%가량인 4만~5만여 평이 텃밭으로 개간돼 말라 비틀어진 나무 몇 그루밖에 없는 민둥산으로 변해버렸다.
최근 2, 3년간 주민들 사이에 불법적인 텃밭 개간이 성행하면서 산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가기 시작, 이제는 산 중턱까지 갉아먹어 휑뎅그렁한 풍경을 보이고 있다.
텃밭 주변은 고무통 등과 비닐주머니, 스티로폼, 막걸리 통 등 각종 쓰레기로 뒤덮여 있는 등 공원 기능을 거의 잃어가고 있었다.
학산 정상을 중심으로 사방에 껍질이 벗겨지거나 밑동에 톱질 자국이 남은 채 말라죽은 나무들이 널브러져 있다.
개간은 볕이 잘 드는 학산의 남쪽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송현동 쪽 산 밑자락은 절반 이상이 텃밭으로 개간돼 산인지 계단식 밭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새로 들어설 노인복지회관과 올림픽기념관 부근에는 일부 주민들이 자신의 텃밭임을 표시하기 위해 철조망까지 군데군데 쳐놓고 있었다.
학산에 운동하러 나온 김민정(52·여·달서구 본동)씨는 "주민들의 소중한 재산인 도심 속 공원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죽고 숲이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박모(60·달서구 상인동)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청설모, 다람쥐, 토끼, 꿩 같은 야생동물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월성동, 송현동, 상인동, 장기동, 본동 등 인근 10만 주민들이 이용하는 학산공원이 병들고 황폐해지자 지난해 10월부터 900여 명의 주민들이 '학산보호회'라는 민간 자연보호모임을 구성, 산림파괴를 막기 위해 나서고 있다.
'학산보호회' 회원 김이분(72·여·달서구 송현1동)씨는 "일부 주민들이 공원을 자신의 땅인 양 마구 파헤치는 바람에 학산이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채소가 자라지 않는 겨울 동안 텃밭을 모두 갈아엎고 소나무, 전나무 등 생명력이 긴 나무들을 심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달서구청 관계자는 "매일 공원 전체의 자연훼손을 감시·감독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민간차원의 학산보호운동을 적극 지원하겠지만 현재로선 학산을 살리기 위한 뚜렷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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