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황 유고시 누가 대행할까?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올해 84세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점점 쇠약해지고,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생기자 교황 유고시 교

황의 직무는 누가 수행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평소 교황은 신학 교리를 결정하는 문서에 서명해야 하고, 주교를 임명해야 하

며,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의 유혈분쟁사태에 대한 보고도 받아야 한다. 정치 지도자

와는 달리 11억 가톨릭 신도를 이끄는 교황직은 대행체제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지난 1일 밤 호흡 곤란으로 로마 게밀리 병원에 입원한 교황은 이제 좀 더 편안

한 상태로 호흡하고, 건강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교황청은 3일 밝혔다. 그러나 교

황의 건강상태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최대 1주일은 걸릴 것이라고 교황청은 시사했다.

그렇다면 병원에 입원 중인 교황을 대신해 누가 교황의 업무를 처리하는가?

요아킨 나바로-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바티칸에는 (분초를 다투는 문제인) 핵가

방은 없다. 교황이 결정을 내려야 할 일들은 병원에서 퇴원할 때까지 기다려도 되는

종류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대부분 일상적인 업무는 한 국가의 행정부에 해당되는 교황청에서 처리

된다.

교황청 내사원장인 제임스 프랜시스 스태포드 추기경은 통상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교황에게 직접 보고해야 하지만, 교황이 병원에 있는 동안 정부의 총리격인 안

제로 소나노 국무장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교황의 건강이 악화됨에 따라 이미 로마 가톨릭 교회는 요한 바오

로 3세라는 별명을 가진 신앙교리성의 수장인 요제프 라칭어 추기경과 안젤로 소나

노 국무장관, 나발로-발스 대변인이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 때문에 과거 2천년간의 가톨릭 교회 전통을 깨고 앞으로 교황은 죽을 때까지

복무하는 대신 퇴위연령을 두어 80세쯤 물러나야 한다는 논의도 추기경들 사이에 나

오고 있다.

벨기에의 고드프리트 다넬스 추기경은 2003년 한 잡지 인터뷰에서 "우리가 교황

을 아무리 아낀다 해도 90세 혹은 100세의 연령이 된다면 책임을 계속 떠맡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교황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문제로 여겨 스스로 교황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정황으로 볼 때 교황이 그런 의사를 표명할 것 같지는 않다고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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