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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과 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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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지음/뿌리와 이파리 펴냄

현대는 신속이 미덕인 속도 경쟁 시대다. 그래서 사람들은 '빨리 빨리' 조급증에 걸린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토끼가 보지 못한 거북이의 세상이 열린다. 느림의 세상에는 경쟁이 판을 치는 빠름의 세상에 없는 여유와 미덕, 인간미가 살아 꿈틀거린다.

'모란 꽃, 연못에 번지는 수련 잎, 밤하늘에 가득한 별, 토란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 여름밤의 반딧불이, 뱁새, 뻐꾸기와 꾀꼬리의 노랫 소리…'

이 책은 81장으로 된 노자 '도덕경'을 하루 한 장씩 읽으며 무위와 자연의 삶을 사는 재미를 81편의 글에 담고 있는 에세이집이다. 20여년간 출판사를 경영하며 바쁜 도시인으로 살았던 장석주 시인이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안성으로 내려가 작은 집을 짓고 밭을 일구며 고요한 삶을 산지 5년만에 내 놓은 산물이다.

도덕경을 머리맡에 두고 매일 읽어온 저자는 새벽에 일어나 펼친 도덕경 한 구절에 비추어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과 시골 생활에서 얻은 기쁨의 순간들을 특유의 유려한 필치로 써 내려가고 있다. 안성에 마련한 저자의 집에 붙여진 이름 '수졸재(守拙齋-낮음을 지키며 사는 낮은 사람의 집)'에서 엿볼 수 있듯이 지난 세월 쌓아온 모든 것들에 대한 집착을 털어 버리고서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는 것.

저자는 '화막대어부지족 구막대어욕득(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만족할 줄 모르는 것만큼 큰 화가 없고 욕심을 내어 얻고자 하는 것만큼 큰 허물은 없다)'는 도덕경의 한 구절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비움의 삶을 실천하며 온전히 내 삶을 사는 법을 우리에게 전한다.

소설가이며 평론가인 저자가 수년간 책을 읽으며 가슴에 담아온 좋은 시, 좋은 글도 함께 실어 글읽기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408쪽.1만1천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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