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원에서 토막시체가 발견됐습니다"

법과 의학 사이-공원서 발견된 토막난 시체

어느날 오후 경찰청 과학수사계 조 반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교수님, 공원에서 토막시체가 발견됐습니다.", "어떤 상태인가요.""관람객들이 주변에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며칠전부터 신고를 했답니다. 그래서 공원 관리인이 주변을 살펴보던 중 머리부분이 조금 드러난 시체를 발견한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곧 가지요."

준비물과 카메라를 챙겨 현장에 도착했다. 공원에 들어서면서 "이상하군 이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원에 시체를 버리다니." 어떤 방법으로 시신을 들고 접근했을까 궁리를 하면서 현장 주변을 살펴보았다. 현장에는 토막 난 상체만 묻혀 있는 조그마한 구덩이가 있었다. 부패가 심한 상태로 보아 한달 남짓 지난 것으로 보였다. 현장 주변과 토막 시체를 수없이 사진을 찍으면서 시체를 살펴봤다. 양쪽 다리가 절단됐다. 가슴 중앙에는 예리한 칼에 찔린 흔적이 있다. 머리 뒷부분엔 둔기에 찢긴 상처도 여럿 있었다.

검안을 마치고 장갑을 벗으면서 형사반장과 한참이나 궁리하면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음, 범인은 먼저 칼로 피살자의 가슴을 찔렀는데 곧바로 죽지 않자 뒷머리를 망치로 3번 내려쳐 살해했군요. 그런 다음 시체를 토막낼 생각을 하고 왼쪽 다리부터 먼저 잘랐습니다. 다음은 오른쪽 다리였죠. 범인은 이 시체를 유기한 현장에서 500m 이내에 있겠습니다.", "옛, 아니 교수님. 점을 치시는 것입니까? 어떻게 살해 현장을 본 듯이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반장은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며, 깜짝 놀라 되물었다. "반장님 제가 점을 치는 것 같아요. 설명해 드리죠. 매우 쉬운 추리입니다. 먼저 뒷머리에 망치에 의한 상처 3개가 나란히 나 있습니다. 피살자가 칼에 찔리어 이미 저항할 수 없는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상처들이 옆으로 나란히 있을 수 있죠". 그렇다. 피살자가 머리 쪽부터 공격을 받았다면 자세가 그대로 있지 않게 된다. 반항을 하면서 자세를 바꾸거나 쓰러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뒷머리의 상처들이 이렇게 나란히 있을 수가 없게 된다.

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느 쪽 다리를 먼저 절단했는지 어떻게 알아요"하며 설명을 재촉했다. "범인은 사람의 해부학적 구조를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여기를 보십시오. 왼쪽 다리 부분의 뼈 표면에 여러 번 칼질을 한 흔적이 보이지요. 칼로 뼈를 절단하는 것은 어림도 없지요."

범인은 왼쪽 다리를 절단한다고 무척 고생한 것이다. 그리고 오른쪽은 왼쪽 다리에서 얻은 경험으로 쉽게 절단할 수 있었다. "하아, 그렇군요. 그런데 범인이 여기서 500m 내에 있다는 말씀은 정말입니까."

"시체를 토막을 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시체를 유기하기 쉽게 할 목적입니다. 그리고 만약 승용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면 왜 사람들 눈에 띄기 쉬운 공원에 유기를 했겠습니까."

"하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반장은 즉시 휴대전화로 형사들에게 수사지휘를 했다. "자 교수님, 범인은 우리들이 오늘 밤 내로 잡을 테니 배고픈데 식사나 하러 가시죠." 법의병리전문의란 사건의 현장과 사망자에서 나타나는 단편적인 단서들을 모아서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며, 이를 통해 일련의 사실들을 종합해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채종민(경북대 의대 법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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