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협 '대구·경북인 전성시대'

대표이사·자회사 사장 등 맡아

농협에는 흙 냄새가 난다.

직원들은 말쑥하게 차려 입어도 세련미가 넘치는 일반 은행의 직원들과 어딘지 모르게 다르다.

만나는 사람마다 '밥 먹었느냐'고 인사하며 덥석 손을 잡을 듯하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농협중앙회도 서울 '깍쟁이'들이 모여 사는 다른 건물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예금 200여조 원(중앙회 95조 원, 단위농협 110조 원), 직원 7만여 명을 움직이는 우리나라 최대의 기관 본부로 도무지 여겨지지 않는다.

곳곳에 농촌 사진이 있고 농산물이 왔다 갔다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농협에서 대구·경북 출신들은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임원급만 5명으로 역대 최다이고 주요 부서에 지역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박석휘(朴錫揮·61) 농업경제 부문 대표이사는 농협 역사상 대구·경북 출신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오는 6월 임기가 끝나지만 다시 중책을 맡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 대표에게 고향을 물으면 달성이라고 한다.

고향인 성서가 달성군에서 대구로 편입된 지 25년여가 흘렀지만 그래도 달성임을 고집한다.

36년 농협생활 대부분을 대구·경북에서 한 그는 고향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데 고향민의 인적 네트워킹을 위해 매일신문이 주최하는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인사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장규(60·의성) 남해화학 사장과 이연창(李淵昌·58·성주)·김재복(金載福·56·달성) 상무는 또다른 농협의 별이다.

남해화학은 올 매출 목표가 8천억 원인 농협의 알짜 자회사로 사장 자리는 과거 4성 장군이나 장관 출신이 가는 자리였다.

농협 상무를 두 차례 역임한 김 사장은 그래서 "영광스럽다"고 한다.

남해화학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비료공장으로 사장은 자동으로 비료공업협회 회장이 되고 국제회의 한국 대표가 되는 등 10여 개 직함이 따라붙는다.

올 1월 임원이 된 이 상무가 맡은 일은 쌀 이외 모든 품목의 생산지도 등 산지유통이다.

농업금융과 조합경영 지도에 경험이 많은 그는 산지유통 업무를 맡고 난 뒤 '친환경 농업'으로 관심사를 바꿨다.

"웰빙 시대가 된 만큼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농산물의 수요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그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을 늘려 소비자에게 모두 팔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출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 상무도 올 1월 임원이 됐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에다 농부처럼 수더분한 모습인 그는 조합 감사로 기강을 다잡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오는 7월 1일 발효되는 농협법 개정안에도 그의 손때가 많이 묻어 있는데 회장을 비상임으로 돌리고 3대표와 전무 제도 도입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부장-실장급에는 김병화(53·달성 구지) 기획조정실장, 전병구(56·김천) 감사실장 등 8명이 버티고 있다.

기획조정실은 농협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사업 실적을 평가하는 등 농협의 '두뇌' 격이다.

김 실장은 경북본부장으로 금의환향해 지역 농업을 종합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찾아보는 기회를 갖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전 실장은 아이디어 맨이다.

프로골퍼인 박지은씨를 고객으로 유치했고, '표고버섯 북소리 농법'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했다.

북소리 농법은 표고버섯이 번개 천둥이 치고 난 다음 발아하는데 착안해 천둥 소리 대신 북소리를 들려주는 농법이다.

팀장격인 부부장에는 감사실의 문희권(성주), 농업금융부의 최종현(포항) 부부장 등 17명이 포진해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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