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人命在 '해경'

21세기 첫 울릉도 신생아 강풍 뚫고 헬기수송 구조

포항해경 항공대가 목숨을 건 구조 활동으로 울릉도 주민들의 '생명 지킴이'가 됐다.

지난 17일 '인명재천(人名在天)이 아닌 인명재헬기'인 울릉도에서 생명이 위태로운 신생아를 육지로 후송했던 것. 당시 항공대 헬기에 동승했던 울릉군 보건의료원 박만진(57) 원장이 최근 해경 홈페이지에 올린 글은 죽음을 무릎쓴 비행을 실감나게 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6일 포항해경 등 여러 관계기관으로 신생아의 응급 사실이 전해졌으나 다음날 오전까지 구조헬기는 뜨지 못했다.

동해상에 풍랑주의보와 함께 풍속 36노트의 강풍, 자욱한 안개와 비로 시계가 2마일도 되지 않는 악천후였기 때문.

하지만 해경은 17일 오전 10시40분쯤 항공대 이윤채(50·경위) 조종사 등 4명이 탑승한 구난헬기를 출동시키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

강풍과 비·구름을 피해 울릉도에 힘들게 도착하자 별 기대 없이 헬기장에 나와 있던 주민들과 해군 관계자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울릉군 보건의료원. 생후 이틀된 남자아이는 태변흡입 증후군으로 한시가 급했지만 의료장비가 열악해 치료를 포기한 상태였다.

더욱이 2000년 이후 울릉도에서 태어난 첫 신생아여서 주민들은 더욱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박 원장은 "포항 병원에 도학한 후 승무원들에게 이름을 묻자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해 더 감동을 받았다"며 "어린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네 명의 승무원이 죽음을 무릎쓰고 바다 위를 비행한 70분은 차라리 숭고했다"고 말했다.

신생아의 어머니인 박미화(32·울릉군 도동)씨 역시 해경 인터넷에 감사의 글을 올렸으며 이 경위는 "무엇보다 신생아가 생명을 건져 다행"이라며 "우리의 안전보다 국민의 생명이 우선"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편 지난 2003년 창설된 포항해경 항공대는 그동안 울릉도 주민들을 포함해 14명의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

포항·박진홍기자 pjh@imaeil.com사진: 왼쪽부터 박배진(33·정비사) 순경, 조강호(31·정비사) 순경, 이윤채(50·조종사) 경위 , 도경환(55·조종사) 경위, 문종석(53·조종사) 경위, 오민택(35·정비사)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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