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삼성경제연구소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제시한 5대 과제에는 '농업의 1.5차 산업화'가 포함돼 있다.
1차 산업인 농업에 지식을 더해 1.5차 산업으로 격상, 미래 성장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다행히 이런 움직임은 이미 소리 없이 번져나가고 있다.
한 발 앞선 감각과 지식, 신념으로 중무장한 채 한계에 부닥친 전통 농업의 벽을 넘어서고 있는 21세기형 농업 경영자(CEO)들의 등장이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차별화에 성공한 이들은 농업의 '기술집약형 벤처산업'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기농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김영표(46·경산시 하양읍 환상리)씨. 그는 출판사 사장에서 10년 전 농업인으로 변신했다.
암 투병 중이던 선친을 위해 효험 좋은 버섯을 구하다 '정말 우수한 버섯을 직접 만들어 드리겠다'는 생각 하나로 재배에 까지 뛰어든 것.
짧은 영농경력에도 그가 성공을 거둔 것은 고기능성 제품 생산이라는 신념이 뒷받침 됐기 때문. 농장에서 하루 서너 시간 만 잠 자며 연구한 끝에 재배방법에 따라 영양성분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버섯재배·가공법 특허를 내게 됐다.
가공·유통에도 소홀할 수 없었다.
1억5천만원이 넘는 최신 건조기와 스테인리스 분쇄기는 그의 재산 1호. 연간 4억 원대에 이르는 매출의 30% 정도는 3년째 농림부 우수 홈페이지로 선정된 인터넷 전자상거래로 올리고 있다.
2002년 산림청 신지식인에 선정된 그는 "농산물 2차 가공품 개발은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며 "버섯 하나에도 혼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첨단농업으로 인생 역전
김천시 봉산면 송정농산 이순기(45) 대표 역시 첨단농업으로 화려한 인생 역전에 성공한 주인공. 고교를 마친 뒤 배운 기술로 판금공장을 운영하던 그는 1997년 외환위기로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귀농을 결심했다.
하지만 농업은 생소한 분야였고 어렵게 시작한 팽이버섯 농사도 기존 농가들이 기술 전수에 인색해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배전(倍前)의 노력이 뒷따랐다.
2년여의 연구 끝에 2000년, 국내에서 네번째로 액체 종균 배양기술을 독자개발하고 국내 처음으로 새송이버섯 재배에 응용했다.
판금공장 운영 경험으로 기계와 공장구조를 손수 설계할 수 있었던 것은 종균생산공장·첨단재배사 건립 투자비용을 10억 원 이상 줄일 수 있게 했다.
자신의 마음고생이 심했던 때문일까. 그는 애써 개발한 노하우를 전수하는데도 적극적이다.
농장 바로 옆에는 이씨의 도움으로 새로운 버섯농장이 건축 중이고 전국 버섯재배 농가들의 방문도 끊이질 않는다.
귀농 5년 만인 2003년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농업 기술개발 대상을 수상한 그는 "농촌이 도시보다 삶의 질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다"며 "도전정신이야말로 21C 농업인의 덕목"이라고 말했다.
■초일류 벤처기업이 현실로
어느 새 매화 꽃 필 때가 성큼 다가왔다.
매화하면 흔히들 전남 광양을 떠올리지만 최고 품질의 토종 매화는 낙동강 변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칠곡군 기산면 (주)송광설중매 서명선(49) 대표는 유기농 기법의 과학화와 2차 가공식품 및 포장 디자인 개발 등으로 국내 벤처농업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0년 매실농가 최초로 무농약 인증을 받았고 2002년과 2004년에는 '한국 전통식품 베스트 5'에 연속 선정됐다.
또 포장 디자인 혁신에도 공을 들여 2003년 산자부 석세스(Success) 디자인상과 2004년 굿 디자인 인증을 획득해 농수산물유통공사·중소기업청으로부터 각각 우수농산물 수출지원업체·수출유망 중소기업으로 뽑혔다.
지난해 농림부의 벤처농업 창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그는 "쉼 없는 노력 덕에 매실 종주국인 일본 수출이란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며 "매실관광공원을 조성해 1차산업인 농업을 5차산업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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