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보궐선거 때문에…" 영천, 후보자 설문전화 '고역'

영천시민들은 요즘 전화공해에 울화통이 치민다.

오는 4월 30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면서 출마후보자마다 전화설문조사를 실시한다며 밤낮 없이 전화를 해대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가뜩이나 전·현직 시장과 국회의원이 줄줄이 사법처리돼 영천이 전국적으로 뉴스의 초점이 돼 심란한 판에 원치 않는 전화로 더욱 짜증스러워하고 있다.

주부 조미연(48·영천시 금호읍)씨는 "아침에 마당청소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니 출마자에 대한 설문조사였다"면서 "지난 대법원 판결이 난 후부터는 이런 전화가 하루 5통 이상씩 걸려 온다"고 하소연했다.

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춘우(51)씨는 "한창 바쁜 점심시간에 전화가 걸려올 때도 있다"면서 "주문전화 때문에 받지 않을 수도 없고 여간 짜증스러운 것이 아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특히 이 같은 여론조사를 핑계로 한 전화는 후보들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불법선거운동의 조짐을 내비치고 있다.

자동응답(ARS)방식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는 출마자 개인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뢰자의 기호에 따라 재선출마자 가운데 지명도가 낮다고 생각되는 인사 2, 3명과 자신의 이름만을 출마후보자로 거론해 여론조사를 실시, 자신의 지명도를 교묘히 높이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또 일부 후보진영은 단순한 설문조사 차원을 넘어 후보에 대한 선거운동을 일삼는 경우도 있다.

영천시 문외동 이모(44)씨는 "사무실에 있는데 '출마 후보 ○○○씨를 아느냐? 이 사람의 경력이 출마후보 가운데 가장 월등한데 부탁한다'는 등 노골적으로 지지를 당부하는 전화가 와 불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천선관위는 선거법상 판결문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는 해석을 내려 영천지역 시민들은 당분간 전화공해에 시달릴 전망이다.

영천선관위 최세억 사무국장은 "재보궐선거의 경우 대법원의 형 확정 판결문이 해당 선관위로 통보되는 순간부터 선거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내달 4일께까지는 선거법 위반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이름을 거론하는 선거운동은 선거법에 저촉되지만 녹취기록 등 증거품이 있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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