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2부 4처 2청을 포함, 중앙행정기관 49개 기관을 공주·연기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옮기는 법을 통과시켰다.
비용이나 규모 그리고 일정까지 대체적으로 밝혀졌다.
한나라당은 내분으로 흔들리지만 이제는 또다시 헌재가 나서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지 않는 한 수도분할(首都分割·capital split)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분도(分都)는 수도이전과는 다르다.
수도이전은 공주·연기지역에 신수도를 만든다는 것이지만, 수도분할은 권력의 핵심은 서울에 두되 공무원의 사무공간과 공기업이나 산하기관과 같은 공공부문의 사무공간을 지방으로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천도와는 달리 이 문제는 실용적 측면에서 접근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결정의 연속선상에 있다 보니, 공간적, 경제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천도안보다도 뒤떨어지는 정책이 되고 말았다.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세계적으로 인위적 분도를 한 나라는 없다.
정치적 계산에 의하여 선거 표몰이용으로 추진된 정책이 좌충우돌하다가 결국은 '죽음에 키스'한 꼴이다.
아무리 많은 정부건물이 한 지역으로 내려가더라도 공무원들은 여전히 권력에 의존적인 행태를 보일 것이다.
그들은 항상 권력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신도시는 단지 사무공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행정공간은 외부효과가 극히 작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다른 시설이 들어오기 이전에는 번창할 수 없을 것이다.
신도시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동력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주변도시와 인접되지 않아서 20~30년은 걸려야 자족적인 공간이 될까 모르겠다.
이렇게 굳이 분할하려고 했다면 지역을 다시 선정했어야 했는데, 정치적 압박 때문에 아무도 이러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가장 낙후된 전북지역의 전주(全州)는 어떤가? 전주에 바로 인접한 행정타운을 건설한다면 균형발전은 물론이고 신도시도 금방 살 만한 곳이 될 것이다.
터널공사, 부안 방폐장, 새만금 등 국책사업이 섣부른 준비와 정치적 타산 때문에 연속 실패를 보고 있는데도 하나도 배운 것이 없이 또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 현실을 비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부산-진해, 광양, 인천 등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세계적 자본을 유치하여 동북아의 비즈니스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번 분도는 인천지역의 세계자본유치를 위한 노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다.
인천 바닷가에서는 세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신도시를 개발하고 바로 안쪽 내륙에서는 지식기반시대의 중요한 행정공간을 억지로 쪼개어 지방으로 내보낸다는 것이다.
모순덩어리이다.
이제 어떤 집단은 헌재로 가려고 할 것이고, 다른 집단은 후속정책을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효과를 제고하는 길을 찾을 것이다.
하지하책이 된 이 정책의 보완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동 규모를 최소화하고, 건설 속도를 최대로 늦추는 것이라고 본다.
행정공간을 이동시키는 것은 정치의 힘이다.
그러나 그곳을 실제로 번창하게 할 요소는 행정건물이 아니고, 보다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공간, 즉 대학, 연구시설, 상업시설, 기업, 산업, 국제기능, 관광 등의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시장의 힘에 의하여 움직인다.
그런데 아직도 시장의 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후속논의가 없다.
대전에 인접된 대덕연구단지가 대전에 기능적으로 통합되는 데는 30년이 걸렸다.
그런데 인접된 도시도 없는 지역에 행정기능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하겠는가? 따라서 경제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조속한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행정기능과 경제기능이 융합돼 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도시발전사는 경제활동 없는 도시는 자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군사정부의 계획경제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이번 분도 정책은 반드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에 부합되게 다시 손질되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곳이 기업 하기 좋은 지역이 되도록 물리적, 문화적 인프라를 갖추고 세계 첨단의 자금조달방식(financing)을 도입하는 것이다.이달곤·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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