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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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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에 내려 온 부처님 세상

경주 남산을 오른다. 해발 500m가 채 되지 않는 만만한 높이. 하지만 첫걸음부터 심상찮다. 뫼는 높지 않지만 품고있는 신라인들의 숨결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남산을 오른다는 것은 천년을 거스르며 오르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다.

남산은 신라인들이 꿈꾸던 불국토였다. 118개의 불상과 96개의 석탑, 147곳의 절터. 산허리를 돌면 불상이고 산봉우리마다 석탑이며 골짜기마다 절터다. 한숨을 돌리고 나면 어김없이 불쑥불쑥 나타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것은 바위 속에서 묻어나는 마애불의 미소다. 세월에 짓눌려 모양마저 온전하지 않지만 은은한 미소만은 잃지않았다. 그 많은 머리없는 불상에서도 미소는 여전했으리라. 머리없는 불상들은 천년의 세월동안 저마다 한 두 가지 사연들을 만들어냈다. 골짜기마다 전설이 넘쳐나는 이유다.

남산에 있는 불상과 석탑은 주변환경과 묘한 어울림을 만들어낸다. 곳곳의 마애불은 바위의 선을 최대한 살려 새겼다. 전혀 다듬지않은 자연 그대로의 바위에 그림을 그리듯 하다가 갑자기 돋을새김으로 바뀐다. 부처님이 바위 속에 머물러 계신다고 믿어서일까. 남산의 부처는 바위에 숨기도 하고 바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석축만이 남아 흔적뿐인 절터엔 법당이 없다. 하긴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 하나하나가 법당 아닌가. 골짜기 구석구석 미소를 머금고 앉아있는 불상들이 곧 법당이다. 불상을 새기고 탑을 쌓듯 신라인들은 그렇게 공덕을 쌓아왔다. 그래서 남산은 산이 아니다. 산의 높이는 신라인들의 공덕의 높이다. 등산이 아니라 답사하듯 남산을 올라야하는 까닭이다.

☞16면에 계속

글·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사진: 경주 남산의 상선암 뒤쪽 상사바위에서 본 마애석가여래좌상. 아랫부분은 바위에 선으로 새겨져 희미하고 위로 갈수록 돋을새김으로 튀어나와 부처가 바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형상이다.

※매일신문 홈페이지(www.imaeil.com) 기자클럽 '박운석의 콕찍어 떠나기'를 클릭하시면 '남산답사 요령과 해설이 있는 남산답사'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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