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에 유물기념관 추진"…재일교포 정재호(49)씨

"일본서 문화재 되찾는 일이 역사복원 시작"

"사력을 다해 단 한점이라도 더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찾아오겠습니다. 왜란과 식민시절, 일본이 약탈해간 수많은 문화재는 바로 파란의 근대사를 살아온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역사니까요.

일본에서 토목, 유통업을 하면서 우리 문화재를 사들이고 있는 정재호(49) 후쿠오카시 다케마치킨까 대표이사가 최근 수집한 우리 문화재 10여점을 대구에 들여오고, 경북대 도서관, 죽순문학회 윤장근 회장 등을 방문했다. 정씨는 평양, 공주와 함께 우리 문화재의 수탈 역사를 안고 있는 대구에 일본에서 되찾아온 유물 기념관을 지으려한다.

◆ 토목사업가가 문화재 수집가가 된 까닭은?

일본 공사 현장을 지키는 정씨는 교토에 오래 살았다. 그곳에서 가장 큰 신문젠도리의 골동가게에 수시로 들리다가 우리 문화재들을 만났다.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면서 오사카 나카노시마에 있는 대판시립동양도자미술관의 수장품 965건중 793건이 한국 도자기이고, 야마가타 덴도시의 데와오 미술관에도 한국도자기와 공예품 1천여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천리대학에 우리 고미술품 800여점이 있다. 유출경로가 불분명한, 수탈 문화재가 대부분이다. 거기다가 일본인이 우리 골동품을 비싸게 사자 마구잡이로 팔거나 수집한 문화재를 일본에 기증하는 교포까지 생겨났다.

"식민시기에 약탈당한 것도 분한데 유물을 일본에 팔거나 기증하는 일이 터져 답답합니다. 한두점이라도 우리 문화재를 내손으로 지키겠다고 생각하면서 문화재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 10만점요? 일본내에만 1백만점은 될껄요.

몇년전 호암미술관이 일본 천리대학에서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빌려다 전시했던 적이 있다. "우리 문화재를 일본에서 빌려다 보다니 말이나 됩니까. 빼앗겼던 우리 문화유산을 되찾는 일이 역사 복원의 시작입니다"는 정씨는 "되찾았거나 되찾을 유물은 모두 아내(대구여고 출신)의 고향인 대구에 기념관을 지어서 대구시민이 즐기도록 하고 싶다"는 뜻을 갖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가 밝힌 해외유출 문화재는 약 10만점. 이중 90% 이상이 일본에 있다.

그러나 정씨는 이 수치가 정확한지 의문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수장된 것만 그 정도입니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가 20만점, 일본내 골동가게(3천여개)에 나와있는 것까지 합치면 1백만점은 넘을 것"이란다. 엄청나다.

◆ 원하던 고미술품 손에 넣으면 한달 동안 잠 못이뤄

"수탈당한 우리 문화재가 저렇게 많은데 당국은 뭘하는지. 어떻게든 우리 땅으로 되가져가야지요."그렇게 정씨가 사들인 문화재는 백제 반가사유상, 고려 청자, 조선 분청, 조선 민화, 고려 동종 등 40여점. 정부에서 수조원을 들여 프랑스로부터 TGV를 구입하면서까지 병인양요때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한권 제대로 반환하지 못한데 비교하면 엄청난 큰 성과이다.

정씨의 순수한 열정을 아는 교토의 사업가이자 고려미술관을 지은 아니모토(86) 회장은 그가 지닌 우리 문화재 4점을 넘겨주기도 했다. "문화재를 좋아하는 것은 마치 무당에게 신이 내리는 것처럼 제 힘으로 어떻게 할 수 가 없어요." 정씨는 그렇게 원하던 골동품을 손에 넣으면 한동안 잠을 못잔다. 달밤에도 꺼내보고, 희미한 어둠속에서 문화재에 얽힌 애잔함에 울고 웃고...

◆ 어릴때부터 문화재 교육 시켜야

"우리 문화재를 보면 정말 우리 민족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집니다"는 그는 "문화민족인 우리에게 시련은 있어도 이 땅에서 결코 사라질 수는 없다"고 믿고 있다. 문명의 충돌을 쓴 사무엘 헌팅턴도 2차대전에서 잿더미만 남은 나라 가운데 유독 한국만 한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던 저력은 바로 문화의 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우리나라는 문화재를 너무 소홀하게 여긴다. "2세들에 대한 문화재 교육은 유치원단계에서부터 해야된다고 봅니다." 정씨는 일본에서는 어릴때부터 다완하나도 쉽게 다루지 않고, 귀하게 다루는 마음을 가르친다고 전한다.

◆ 간송 전형필 처럼 전재산 다 바칠터

현재 일본의 한적한 시골도시인 미야자키현에 있는 가또다 골동가게에서 이조 백자 한점을 사들인 정씨가 다음 단계로 아주 중요한 문화재 한점을 사들일 계획이다. 현재 일본 시장에서 무려 1억5천만엔을 홋가하는 작품이다. 정씨는 중요한 문화재를 일본인에게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한때는 사업할 땅 살 돈으로 사버린 적도 있다. 마치 간송 전형필이 전 재산을 다 팔아 우리 문화재를 지켜냈듯이.

"제가 하는 것은 너무 한계가 큽니다. 이제 우리도 유네스코 협약에 명시된 것처럼 해외에 유출된 문화재를 원소유국으로 되돌리는 운동을 국제 연대를 통해 전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미화 편집위원 magohalmi@imaeil.com

사진 정재호 jhchu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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