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싸니까 할인점을 자주 이용하지요." 대형소매점(할인점)을 찾는 소비자들은 시중가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인식'때문에 할인점의 물건 가격이 '당연히' 싼 것으로 믿기 마련이다.
정말 그럴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자료가 최근 제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 곽성문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최근 할인점과 슈퍼마켓의 제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대형소매점의 판매가격이 슈퍼마켓보다 비싼 제품들이 많았다.
또 대형소매점이 시행하고 있는 최저가격 신고보상제를 통해 보상을 받는 소비자들도 늘어나, '대형소매점=가격이 가장 싼 곳'이란 등식은 더이상 맞지 않게 됐다.
◇"할인점이 오히려 비싸다"=곽 의원은 지난달 직원들을 투입해 대구지역 대형소매점과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생활필수품의 가격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 세제제품(리필) 경우 대형소매점에서 2kg짜리를 7천400원에 판매한 반면 슈퍼마켓에서는 같은 제품 2.7kg짜리를 8천500원에 팔았다.
대형소매점의 kg당 세제 가격이 3천700원인데 반해 슈퍼마켓은 3천148원으로 대형소매점이 kg당 552원이나 비쌌다는 것.
또 다른 세제(리필)도 슈퍼마켓(5.5kg·9천900원)보다 대형소매점(4kg·8천900원)이 kg당 425원이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두 종류의 세제 가격도 대형소매점이 슈퍼마켓보다 kg당 293원, 61원이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옥수수유도 대형소매점이 슈퍼마켓보다 비쌌다.
한 제품 경우 대형소매점(1.5ℓ·3천550원)이 슈퍼마켓(1.8ℓ·3천800원)보다 ℓ당 256원 비쌌으며 다른 한 제품 역시 대형소매점이 ℓ당 56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의 경우 조사한 3가지 제품 중 두 가지 제품의 kg당 가격에서 대형소매점이 슈퍼마켓보다 비쌌다.
대형소매점이 슈퍼마켓보다 가격이 싼 제품은 조사대상 11개 제품 가운데 식용유, 설탕 등 3가지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곽 의원은 "생활필수품 가격을 조사·비교한 결과 대형소매점의 가격이 슈퍼마켓보다 비싼 제품이 많았다"며 "특히 대형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용량을 적게 만들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격이 싼 것으로 현혹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의 경우 1996년 첫 입점 이후 대형소매점은 매출액 1조5천억 원, 소매시장 점유율 34.7%에 이르는 성장세를 기록한 반면 대구상거래의 중심이었던 재래시장 및 소매점들은 점포의 90%가 문을 닫는 등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중소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상권을 무차별적으로 점령해서 지역경제에 파탄을 가져오는 대형소매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흔들리는 '최저가격제'=1997년부터 최저가격 신고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 대형소매점. 반경 5km 내 유통업체보다 상품가격이 비싸면 신고 1건 당 5천 원짜리 상품권을 제공하고 있다.
이 제도는 가장 싼 가격에 물건을 판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유통업체 간 가격파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저가 정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지 오래다.
이 업체의 경우 2003년에는 점포당 하루 평균 신고건수가 7건이었으나 작년에는 18건으로 증가했다.
업체 측은 "업계 간 가격파괴 경쟁으로 서로 가격을 조정하다보니 벌어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저가격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자백인 셈이다.
또 대구지역 경우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하는 풍토여서 최저가격 신고보상제 신고율이 높은 편이라는 것. 인근 점포보다 비싼 제품이 적지 않은 점을 노린 전문신고꾼(가파라치)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다른 대형소매점과 가격을 비교한 신고건수는 감소하는 반면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한 신고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작년 경우 전체의 50%를 차지한 게 눈에 띄는 대목. 곽 의원이 조사한 것처럼 동네 슈퍼마켓에서 파는 생활필수품의 판매가격이 대형소매점보다 싼 경우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가격 비교를 하기 어렵게 용량을 달리한 제품을 내놓는 '꼼수'도 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업체 측은 "매장에 걸린 '최저가'라는 말은 100% 그렇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지향하는 바를 나타낸 것"이라며 "주변 대형 점포들 상품보다 85% 정도는 싸지만 나머지는 같은 가격이거나 비싼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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