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거라면 아주 신물이 난다. 돌도 되기 전부터 아프기 시작해 여태껏 살아오면서 건강했던 때가 손꼽아 몇 달 되지 않는 듯하다. 이런저런 크고 작은 병을 달고 살아도 그때그때 치료하면 그만이지만 만성피로에다 등과 허리 쪽의 지긋지긋한 통증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벗어나고 싶은 굴레다. …(중략) 오늘 진단을 받으면서 의사 선생님과 운동사 선생님이 곧 나을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지라고 하신다. 나도 정말 그러고 싶다. 엄마에게 시도 때도 없이 주물러달라는 청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그날이 얼른 오기를…. "-2월 23일 일기-
장희정(30'여)씨의 삶은 불행히도 보이지 않는 장애와의 처절한 싸움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2만 명 당 1명꼴로 앓는다는 희귀병 '터너증후군(성염색체 수에서 1개가 결손돼 XO형태를 나타내는 증후군)'에 걸려 잠시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그녀의 일지에서 엿볼 수 있듯이 터너증후군으로 인한 발육 부진과 척추 기형은 그녀를 고통의 나날로 내몰았다. 그렇기에 그녀의 바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한 건 고 2 때인 지난 1992년. 갑자기 허리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파왔다. 척추가 기형적으로 자라 몸에서 적신호가 온 것. 정형외과를 찾았지만 별 뾰족한 방법이 없어 통증을 감내하고 지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통증은 날로 더했다. 결국, 1998년에는 숨을 못 쉴 정도까지 통증이 발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뇨 판정까지…. 그때부터는 틈틈이 다니던 직장도 아예 접었다. 집에 있으면서 어머니만 눈에 띄면 '등을 주물러 달라'고 부탁하는 게 일상생활이 되어 버렸다. 장씨는 "뭔가 하고 싶은 욕심은 무척 많은데 몸이 계속 아프니까 자꾸 일을 미루게 된다"라며 한숨을 내쉰다.
장씨의 몸은 진단 당시 심각한 상태였다. 왼쪽 다리가 오른쪽보다 무려 2㎝나 짧은데다 심각한 골반의 변형으로 인해 골반'허리'등'어깨 부분이 비틀어져 있었다. 척추가 일반인처럼 S자가 아닌 I자로 변형돼 등이 앞으로 오목하게 굽었고 목이 앞으로 빠져 나와 있었다. 또한, 목과 등 상부가 거북등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견갑골이 위쪽과 바깥쪽으로 심하게 회전되어 있는데다 당뇨로 인해 발의 감각은 무뎌 있었다. 이런 심각한 체형의 변형으로 요통은 물론, 등'목'어깨 등 각종 통증을 나타내고 있었다. 클리닉에선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표정이다. "올 것이 왔다"라며 우스갯소리도 들려온다.
------------------- 3주 후 -------------------
"장희정씨 치료를 맡은 초반에는 무척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의외로 빨리 장씨의 몸이 좋아졌다." 이종균 운동사는 본지 기자를 보자마자 뿌듯해 하며 말을 건넸다. 진단 당시의 심각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짐짓 의심이 들어 급히 장씨를 찾았다. 운동에 열중하던 장씨는 기자를 보자 '씩' 웃음을 내보였다.
장씨는 "클리닉에 10차례가량 왔을 뿐인데 이렇게 통증이 사라진 게 놀랍다"라며 아직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무엇보다 통증이 가라앉아 잠을 푹 잘 수 있는 게 기쁘단다. 그러다 보니 피곤한 게 없어져 예전에 계속 미뤘던 일들도 곧바로 할 수 있을 만큼 의욕도 붙었다.
장씨는 사실 치료 초반에 너무 힘들어 포기할 뻔했다. 평소 운동을 못해 몸이 많이 약하고 굳어있던 터라 여러 가지 스트레칭을 소화하지 못했다. "초반에는 스트레칭을 하면 몹시 아프고 지치더라고요." 집이 있는 화원에서 시내까지 버스로 오는 일도 무척 고된 일이었다. 더군다나 스트레칭을 하면서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다 보니 근육통까지 밀려왔다.
처음에는 상태가 더 악화되고 몸도 지쳐 한 번씩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는 게 장씨의 설명. 하지만, 어렵게 잡은 기회라 쉽게 놓치고 싶지 않았다. '통증을 수십 년간 참아왔는데 이까짓 고통은 이겨내야지'라는 생각에 의지를 다졌단다. 그 결과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을 소화해내 지금은 통증이 거의 없어졌다.
이제 장씨는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욕심이 많은 장씨에겐 더없이 기쁜 일이다. 가장 먼저 직업을 가지는 일. 예전부터 꿈꿔왔던 방송 작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조만간 공부를 위해 서울에 올라가는 것도 고민 중이다. 또 터너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카페의 운영진으로서 터너증후군을 국가가 지정하는 장애로 포함시키기 위한 운동도 전개할 생각이다.
"헬스도 틈틈이 하고 나들이도 자주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끝없이 열거하는 장씨의 표정에는 이미 모든 일을 이룬 듯한 자신감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글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사진: 장희정씨의 몸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이종균 운동사가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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