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 어떻게 달라지나

2008 大入 지금부터

새 입시제도가 시행되는 첫해의 수험생들은 불안하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내신과 수능이 9등급으로만 표기되는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는 수험생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고1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돼 차라리 과거처럼 수능에 의한 한 줄 세우기식 신입생 선발 방식이 훨씬 대비하기 쉽겠다고 말한다. 논술이나 심층면접과 같은 대학별 고사가 과거의 본고사 형태가 될 것인지도 예상할 수 없어 교육부 발표만 믿고 있다가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불안감이 대부분 학부모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금 시중에는 출처와 근거가 확실하지 않는 유언비어성 정보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사설 학원들은 불안감을 확대 재생산하며 학생과 학부모들을 학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2008학년도의 새 대입제도의 핵심 내용을 숙지하고 내신 성적 관리에 힘쓰며 차분히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세 차례에 걸쳐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의 핵심 내용과 바람직한 대처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전반적인 특징

2008학년도 입시에서는 현행 입시제도의 기본 틀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학생부와 수능성적 표기 방식만 달라진다. 수시와 정시 모집의 기본 틀도 유지된다. 학생부는 과목별로 석차에 의해 9등급으로 표시되고, 동시에 과목별 원점수와 평균점수 및 표준편차가 병기된다. 수능 성적도 점수는 없고 학생부와 마찬가지로 9등급으로만 주어진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는 학생부의 반영 비중을 높이고 수능 반영 비중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 성적 부풀리기나 고교별 학력 격차 등의 내신에 대한 불신 요인이 해소될 때까지는 실제 반영 비율을 어떻게 정할지 좀 더 두고 보아야 한다. 특목고의 경우 과학고는 이공계열, 외국어고는 어문계열로 진학할 때만 특별 전형 대상이 된다.

◇학교생활기록부

2008학년도 학생부는 석차에 의한 9등급이기 때문에 현재의 석차 백분율보다는 변별력이 낮지만 평어(수우미양가)보다는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높아진다. 현재 학생부는 석차와 평어를 동시에 제공하고 반영 여부와 방법 등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 문제는 학생부 반영 방법에서 평어를 반영하는 경우에는 소위 말하는 '성적 부풀리기'로 인해 신뢰도가 떨어지고, 석차를 반영하는 경우에는 학교 간 학력 차를 반영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대학들은 학생부의 실질 반영 비율을 낮추어 학생부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고 있다.

수시에서는 학생부와 면접 구술고사 성적을 주로 반영하는데, 서울의 상위권 대학들은 학생부의 이런 문제점 때문에 심층면접과 논술고사 또는 적성검사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현재 수시에서 고려대 서강대 중앙대 등은 논술고사의 비중이 크고, 한양대 경희대 아주대 인하대 등은 적성검사의 비중이 크다.

정시에서도 대부분의 대학들이 수능과 학생부를 반영하는데 학생부는 실질 반영 비율이 낮기 때문에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주 낮은 편이다. 특히 서울의 대학 대부분이 평어를 반영하고 있으며, 석차를 반영하는 경우에도 기본 점수를 많이 주는 방법으로 실질적인 비중을 낮추어 적용하고 있다.

새로 도입된 학생부는 석차에 의한 9등급제이기 때문에 성적 부풀리기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9등급제의 학생부는 상대평가로서 학교 간 학력 차를 반영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학생부 비중은 지금보다는 높아지겠지만 일부 상위권 대학에서는 지금처럼 실질 반영 비율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학생부는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금과 마찬가지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수능의 경우도 석차 백분율에 의한 9등급만 제공되기 때문에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동시에 제공되는 현재보다는 변별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결국 대학에서는 대학별 고사와 유사한 논술이나 면접'구술고사의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많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명문대들은 대학별 고사의 비중을 높이면서 교과목별 시험 성격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대학들이 학생부를 비중 있게 반영할 것이다. 결국 학생부를 대학이 어떻게, 어떤 비중으로 반영하느냐가 새 대입제도의 핵심적인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 1학생들은 학생부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시험은 고등학교 2, 3학년의 선택중심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되고 시험과목은 현행과 동일하며 선택 과목 수는 축소될 예정이다. 시험은 3학년말에 1회 실시하고,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운 내용 위주로 출제함으로써 수능 시험과 학교 교육 과정과의 연계를 강화한다. 다만 단편적 지식을 묻는 종래의 암기 위주 학력고사 방식은 지양하고 사고력 위주로 평가한다. 고등학교 교사를 출제위원으로 50% 이상 참여시키고 학생부 중심의 대입 전형 유도를 위해 백분위 및 표준점수는 제공하지 않고 영역별 9등급만 제공한다.

결국 수능 성적은 동점자가 많아지면서 변별력이 떨어지고 그 비중도 줄어들 전망이다. 수능 예상 응시 인원을 60만 명으로 가정하면 1등급 학생 수는 2만4천 명, 2등급은 4만2천 명이다. 상위권 대학의 모집 정원을 2만 명 정도로 본다면 수능 성적만으로는 학생을 선발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다만 과거처럼 수능 성적 1, 2점으로 당락이 좌우되는 경우는 없어진다.

뒤집어 생각하면 일단 수능 상위 등급을 받아야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수능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공부는 여전히 중요하다. 극소수 최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수능 공부가 여전히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등급의 경계선 근처에 있는 학생들은 1, 2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수능 부담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특목고 정상화 방안

▶특목고 개선안

2008학년도 입시안에서 특목고 관련 내용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입학 전형-교과 성적 위주의 선발 방식을 지양하고 경시 경연 대회 수상 실적을 반영하지 않도록 권장한다. 학생 기록물, 실기, 실험'실습, 구술'면접 등을 통해 다단계 전형을 실시한다. 특히 외국어고의 구술 면접 시 수학 과학 위주의 수리형 문항 출제를 금지한다.

△교육과정 운영-현재처럼 총 이수 단위(192 단위)의 10%를 늘려 편성할 수 있되 외국어고는 어문 교과, 과학고는 과학 관련 과목으로만 제한하고 특목고 취지에 맞지 않는 학과 설치나 별도 과정 개설을 금지한다. 외국어고에서 전공 외국어 이수 비율을 50% 이상 확대한다.

△동일계열 특별전형제 도입-과학고는 이공계열, 외국어고는 어문계열로 진학할 경우 특별전형 제도를 도입한다. 일정 요건을 갖추면 1단계 서류 평가에서 입학 정원의 2~3 배 이내에서 선발할 수 있다.

▶대학 진학 문제

새 제도가 시행되면 특목고의 경우 현재보다 대학 진학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과학고에서 이공계열, 외국어고에서 어문계열로 진학하는 경우에는 지금보다 더 유리하다. 동일계 특별전형 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목고에서 의대와 법대를 진학하고자 할 경우에는 현재보다 훨씬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의대와 법대를 가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특목고 진학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지난해 특목고 입시에서 과학고는 지원자가 늘어났고 외국어고는 지원자가 줄었다. 그 이유는 과학고는 지금도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이공계 지원을 희망하고 있으며, 앞으로 과학고 출신들이 특별전형을 통해 이공계 진학이 더욱 유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어고의 경우 어문계열로 진학하기보다는 의대나 법대 등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동일계 진학 희망자가 아니면 선택 여부를 신중히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특목고는 동일계열에 진학하는 경우에는 유리해지고 그 외 모집 단위에는 상당히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