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월당 횡단보도' 폐쇄 논란 뜨겁다

시민단체, 장애인·노약자 불편…차량 우선 정책

차량 흐름이 우선이냐 보행권 확보가 우선이냐. 대구 도심의 횡단보도 폐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대구시가 하루 5만여 명이 이용하는 중구 반월당 네거리 횡단보도를 18일 전면 폐쇄한 데 이어 지하철 2호선 역사 부근의 달구벌대로 횡단보도를 잇따라 없앨 것을 검토 중이다.

시는 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도로를 건널 수 있는 지하통로가 확보될 경우 인근 200m 이내의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없다'는 도로교통법을 근거로 횡단보도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대로의 횡단보도를 없애 교통사고 예방은 물론 전체적인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교통 인명사고의 50%가 횡단보도에서 발생하는 만큼 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장애인 등의 경우 다소 불편하겠지만 에스컬레이터, 장애인전용 엘리베이터, 리프트 등 이동 편의시설을 갖춰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장애인 및 노약자 보행권을 무시하고, 승용차 이용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며 폐쇄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횡단보도는 없어져도 네거리 신호등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차량 흐름이나 대기오염 등엔 큰 차이가 없다"며 "특히 보행약자 또는 자전거 및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에게 무단횡단을 부추겨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육교와 지하통로가 설치된 서문시장 일대의 경우 횡단보도가 없지만 손수레나 짐을 든 상인과 노약자들은 사고위험 속에 무단횡단을 하기 일쑤다.

서문시장 상인 박모(62·여)씨는 "동산육교를 새로 가설하는 동안 임시 횡단보도를 이용해보니 편리하다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노약자나 짐을 많이 옮기는 상인들은 아무리 위험하다고 해도 무단횡단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서울 등 다른 도시나 선진국의 경우 지하통로나 육교 설치로 이전에 없앴던 횡단보도를 다시 만들고 있으며, 지하통로가 있더라도 횡단보도를 유지하는 곳이 많다.

녹색운동의 하혜종(34) 교통팀장은 "보행권 확보차원에서 서울의 경우 지난 3월 세종로에 횡단보도를 놓았고, 종로 및 강남지역도 지하도와는 별도로 횡단보도를 갖추고 있다"며 "다른 선진국도 횡단보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사진:반월당 지하공간 개발완료로 반월당 네거리의 횡단보도가 없어져 보행권 시비가 일고 있다. 동아쇼핑 옥상에서 바라본 횡단보도를 지우기 전·후의 모습.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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