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중·고 주5일수업…달라진 주말풍경

강아현(봉덕초교 5학년)이는 새벽부터 들떠 있었다. 늘 엄마가 깨울 때까지 일어나지 않던 아현이였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달리 6시30분에 새벽같이 일어나 세수를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늘은 토요일. 그렇지만, 여느 토요일과는 다르다. 첫 주5일수업제 실시로 학교수업이 없는 날이다. 대신 고령으로 딸기수확 체험을 떠나기로 했다.

아현이는 작년에 이미 딸기수확 체험을 경험했다. "엄마가 사주신 딸기만 먹다가 농장에서 내 손으로 직접 따서 먹는 딸기가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올해도 가자고 엄마를 졸랐죠."

아현이의 어머니 이미정(36·대구 효명초교 교사)씨에게도 이번 고령행은 특별했다. 토요일 아침인데도 출근 걱정 없이 맘 푸근하게 아이들과 함께 떠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아현이가 엄마와 참가한 프로그램은 대구관광정보센터의 테마투어인 '고령 딸기수확 웰빙 농경체험'. 초등 영어교육사이트에서 만나 아예 답사모임까지 가지게 된 네 가족이 함께했다. 이씨는 "모임의 가족들이 전부 딸만 둔 가정이고 아이들 연령대도 비슷해 답사지역도 비교적 쉽게 선정했다"고 말했다.

주5일수업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주말의 생활 패턴이 바뀌고 있는 현장이다. 각종 단체들의 답사 프로그램도 많이 늘었지만 여기에 참여하는 개별적인 답사모임도 늘어나고 있는 것. 특히 아이들과 함께하는 답사여행이 자리 잡으면서 또래 아이를 둔 3~5가족이 함께 테마답사를 떠나는 경우도 많아져, 가족중심의 바람직한 주말 보내기가 늘어나고 있다.

정연석(40·대구시 달서구 대곡동)씨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4가족이 모인 답사모임 '한울'을 만들어 한 달에 한번 정도 여행을 떠난다. 올해는 주5일수업제가 시행되는 주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정씨는 "회원들이 분담해 답사지역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고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준다"며 "특히 1박2일 여행을 떠나도 어른끼리 모여 고스톱이나 술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없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정씨의 아들 인교(도원초등 6학년)군은 "작년에 다녀온 곳 중에서도 경주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어른들과 재미있게 보낸 것과 창녕에서 고구마 수확을 해 본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여러 가족이 함께 가니까 더 재미있고 갈 수 있는 곳도 더 많은 것 같다"고 즐거워 했다.

장은희(40·성서고 교사·여)씨도 중·고교 역사교사 4명이 모인 가족단위 답사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답사여행은 주로 신라문화권인 경주지역. 올해부터는 백제문화권으로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장씨는 "이때까지는 시간 제약상 주로 방학 때 많이 다니는 편이었지만 이젠 주5일수업제가 실시돼 답사모임이 훨씬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5일수업제는 직장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배동규(44·도서출판 명성사 대표)씨의 경우 토요일은 이때까지 푹 쉬는 날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주5일근무제 영향으로 주로 금요일 술자리가 있었기 때문. 그러나 한 달에 한 번씩 동시에 쉬게 된 중학교 2학년과 초등 6학년·3학년 등 세 자녀의 등쌀에 "이제 토요일도 맘대로 쉴 수 없게 된 만큼 답사모임을 만들어 테마여행이라도 떠나야겠다"며 "가족들과 같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지 않겠느냐"며 싫지 않은 속내를 펴보였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 : 전국 초.중.고 토요휴무 실시 첫날인 26일 대구관광정보센터 주최 테마투어 프로그램을 떠난 이미정씨(왼쪽 앞에서 세번째) 가족들이 고령군 한 딸기 밭에서 두 딸(강지수, 아현)과 함께 딸기따기 체험 학습을 하고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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