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도적 잡은 농사꾼

옛날에 한 농사꾼이 살았는데, 암소를 한 마리 길렀어. 그런데 이 암소가 송아지를 낳았네. 그래서 그 송아지를 잘 키워 가지고 장에 팔러 갔어. 옛날에는 소가 아주 귀한 살림밑천이었으니까, 송아지도 제법 값이 나갔거든. 장에 가서 어찌어찌 흥정을 잘 해 가지고 좋은 값에 송아지를 팔았어. 큰 돈이 생겼단 말이지.

그 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쩌다 보니 도중에 그만 날이 저물었어. 그래서 캄캄한 밤중에 길을 가게 됐지. 집으로 가자면 큰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하는데, 막 고갯마루에 올라서니까 뭐 시커먼 것들이 앞을 턱 가로막더래. 가만히 보니까 그게 도적떼야.

"잔말 말고 가진 것을 다 내놓아라."

험상궂은 도적들 여럿이서 시퍼런 칼을 뽑아들고 을러대는데 당할 수 있어? 속절없이 갖고 있던 돈을 다 빼앗겼지. 그런데, 이놈의 도적들이 돈을 빼앗았으면 곱게 사라질 일이지 사람까지 끌고 가네그려.

"보아하니 힘깨나 쓰게 생겼구나. 너를 우리 소굴에 데려다가 머슴으로 부려먹으면 딱 좋겠다."

이러고 꽁꽁 묶어서 끌고 간단 말이야. 이 사람이 끌려가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참 기가 막히거든. 아, 돈을 빼앗긴 것만 해도 원통한데 이제는 도적들한테 끌려가 팔자에 없는 머슴 노릇까지 하게 생겼으니 이런 억울한 일이 또 어디 있느냐 말이야.

그런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더라고, 이때 번개같이 좋은 생각이 딱 떠오르더래.

'옳지, 그렇게 한번 해 보자.'

이 사람이 끌려가다 말고 갑자기'하하하, 껄껄껄'하고 큰 소리로 웃음을 내놨어. 아주 즐거워 못살겠다는 듯이 막 웃어댄 거야. 그러니까 도적들이 다 어리둥절할 것 아니야?

"아니, 이놈이 갑자기 실성을 했나. 웃기는 왜 웃어?"

"내가 달리 웃는 게 아니라, 이제는 살았다 싶어서 웃소이다."

들어 보니 점점 더 아리송해지거든.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냐?"

"들어 보시오. 내가 나라에 큰 죄를 짓고 쫓겨다닌 지 오래요. 누구든지 나를 잡아 관가에 바치면 큰 상을 받게 되지요. 그동안 쫓겨다니느라고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었는데, 이제야 댁들을 만나 살 길이 열렸으니 어찌 마음이 안 놓이겠소?"

도적들이 가만히 들어 보니, 그렇다면 이 사람을 데려다가 머슴으로 부려먹을 일이 아니거든. 그보다는 관가에 데려다 바치는 게 더 나을 테니 말이야. 아, 그렇게만 하면 큰 상을 받게 된다니 좀 좋아.

"음, 그렇다면 이놈을 관가에 데려가자."

하고, 그 길로 도적들이 이 사람을 데리고 관가로 갔어. 그래서 어찌 됐느냐고? 그야 두 말 하면 잔소리지. 관가에 가서 다 사실대로 말하니까 도적들은 꼼짝없이 잡히고 이 사람은 풀려났지. 빼앗겼던 돈은 고스란히 되찾고 말이야.그래서 잘 살았더란다.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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