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진으로 보는 어제와 오늘-옛 동아극장 터

"다들 사는 건 어려웠어도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던 시절이었지."

중구 달성네거리 부근 달성지구대 옆에 있는 구 동아극장 자리(중구 수창동 108, 109번지)는 현재 공구상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극장 건물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 상인들은 일부 업체들이 북구 검단동 종합유통단지로 옮겨가는 바람에 상경기는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이곳에서 목조각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유대현(55)씨는 이 장소에서만 23년째 일하고 있다.

조각도를 들고 나무 조각에 열중하며 말을 아끼던 유씨는 이 거리의 옛 시절 이야기를 묻자 조금씩 말문을 열었다.

그는 60, 70년대는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인간적인 냄새가 배어있던 거리였다고 회상한다.

"당시에는 극장 안 왼쪽에 경찰관이 앉는 임검석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일이지만…. 극장 앞에서도 종종 재미난 소동이 벌어졌지요. 학생들이 까만 교복을 입던 시절 몰래 사복을 입고 가발을 뒤집어쓰거나 빡빡 깎은 머리를 드러낸 채 군인행세를 하고 극장에 들어가려다 걸려 혼나는 풍경도 자주 볼 수 있었고…. 재미난 시절이었죠."

그 시절 이 일대는 인근의 자갈마당이 성업 중이고 맞은편 달성공원 옆길로 술집들이 즐비해 술꾼들이 많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당시만 해도 공구골목에서 영업하려 해도 점포를 얻기 힘들 정도로 거리에 활기가 넘쳤다.

연초제조창 직원들 수백 명까지 퇴근 후 몰려들면 거리가 사람들로 붐볐다.

"당시 이 거리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었지. 대구·국제·아카데미 등 일류 극장들은 주로 영화를 보여줬지만 2류 극장이던 동아극장은 가수 등을 불러놓고 성인들을 위한 쇼를 많이 했어요. 수영복 쇼도 보여줬고…. 극장이 들어서기 전엔 술도가가 있었다더군요."

동아극장은 지난 87년 문을 닫았지만 건물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나이 든 사람들의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일류 극장은 손잡고 분위기 내는 연인들 때문에, 이류 극장은 껌 씹는 소리 때문에, 삼류 극장은 아이들 우는 소리 때문에 짜증나서 못 간다는 말들을 하며 웃곤 했죠. 그 시절이 눈앞에 그려지네요."

채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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