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과 친구사이라 딸 같은 아내죠. 저는 하반신 마비, 신부는 선천성 뇌성마비고 둘다 지체장애 2급. 하지만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습니다.
"
21일 오후 4시 달서구 세인트웨스튼 호텔 웨딩홀에서 신랑 천영근(73)씨의 애틋한 황혼 결혼소감이다.
눈부신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휠체어를 타고 입장한 신부 강미숙(41)씨는 천씨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 속에 눈물을 보였다.
하객으로 참석한 복지관 관계자, 봉사단 꼬마들, 친척 등 50여 명은 내내 '인생은 아름답다'는 눈빛으로 지켜봤다.
이들 장애인 부부는 지난 8년 동안 함께 살며 사랑을 키워왔으나 나이차, 장애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결혼식은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당종합사회복지관 '비추미 꼬마봉사단'과 삼성생명 대구지부 사업단이 용기를 부추겼다.
두 사람을 돕고 지켜봤던 꼬마봉사단 김해리(11·신당초교 5년)양이 '서로 어떻게 아끼고 사랑해왔는지'를 담은 사연을 또박또박 읽어내리자 신랑·신부는 울었다.
하객들도 순수한 두 사람의 사랑을 보고 들으며 눈물지었다.
신랑 천씨는 32세 연하인 신부 강미숙씨와 한 동네에서 살며 애틋한 마음을 간직해오다 8년 전 친구나 다름없는 장인(74)에게 '딸을 달라! 100% 책임지겠다'며 밀어붙여 허락받았다고 한다.
그 뒤부터 달서구 신당동 성서주공아파트 13평에 살림을 차리고 '오순도순' 서로를 아끼며 살아왔다.
천씨는 "친구였는데 장인이 되고 난 이후 깍듯이 모시고 있다"며 "'알아서 하라'며 흔쾌히 딸을 내준 장인·장모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신부 강씨는 "신랑이 나이는 많지만 농담도 얼마나 잘 하는지 한번 웃기기 시작하면 말릴 수가 없다"고 남편의 유머감각을 자랑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두 사람의 '뽀뽀'장면. 결혼식이 끝날 무렵 주례를 선 성서남부교회 장종기(58) 목사가 "깜짝! 이벤트를 하겠다"며 신랑·신부가 하객들 앞에서 키스를 하라고 주문했다.
처음엔 쑥스러워 눈치만 보던 천씨가 온 몸을 움직여 입술을 내밀자 신부도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온 몸을 비틀어 '뽀뽀'에 성공했다.
하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행사를 준비한 신당종합사회복지관 고동량(26·여) 사회복지사는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고 장애는 다소 불편할 따름이지 진정한 행복이나 사랑과는 별개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라며 웃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 두 사람은 어느 신혼부부 못잖은 행복한 표정으로 하객 앞에서 입을 맞추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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