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주봉 자연 휴양림

속세의 찌든때 절로 사르르…

몸과 마음이 지쳤다면 만사 제쳐놓고 숲으로 가볼 일이다.

이미 산자락엔 생명의 기운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세상에 막 얼굴을 내민 연둣빛 여린 새순들이 산을 덮고있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숲길을 거닐어 보자.

편안한 시야, 낯선 향기, 청정한 고요… 이곳이 바로 몸과 마음이 쉴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칼날 같던 햇살은 어느새 부드럽게 변하고 낙엽 썩은 냄새는 오히려 향기롭다.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에 귀를 열어두고, 닫혀 있던 가슴을 활짝 열어보자. 옷깃을 풀고 깨끗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면 어느새 가슴을 누르던 일들은 사라져 버린다.

이렇게 숲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힘이 있다. 생명의 힘이다. 먼지와 잡념으로 얼룩진 가슴을 씻으며 나무 사이를 걷다보면 머릿속까지 맑아진다.

5, 6월은 산림욕의 계절이다.

굳이 테르펜, 피톤치드, 음이온을 들먹이지 않아도 산에 들어오면 금방 알 수 있다. 산이 주는 청정함을- 신록이 우거진 숲속에 들어가 생각을 놓아두고 하염없이 걷다보면 말 그대로 심신이 맑아진다.

그린 샤워다. 자! 숲으로 떠나자.

5월은 삼림욕의 계절이다.

울창한 숲에서 신선한 공기와 접촉하여 휴식을 취하는 삼림욕. 한 마디로 삼림욕은 숲이 주는 혜택을 최대한 이용하는것이다.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강하게 하는 자연 휴양법이다.

대구에서 승용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성주봉자연휴양림(상주시 은척면 남곡리). 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 깨끗한 계곡, 아름다운 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 놓아 삼림욕의 적지다.

휴양림 입구에서부터 그냥 걸으면 삼림욕이 될 수 있지만 차량과 사람의 왕래가 빈번해 여유롭게 산책하기엔 조금 어렵다. 약 2km 더 올라가면 산림욕장이 나온다. 1km 남짓한 숲 체험 코스는 너비 1m 정도의 숲길로 경사가 완만하고 잘 닦여 있다.

조금 올라가면 길이 좌우로 갈라진다. 박달나무와 서어나무, 생강나무, 참나무, 신갈나무 등 활엽수를 즐기려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소나무 군락을 보려면 오른쪽 길을 선택하면 된다.

연초록 신록이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다. 눈이 시원하다. 아직 짙은 신록이 아니라 연초록이어서 더욱 눈을 씻어준다. 눈이 시원하니 온몸이 시원해지고 마음까지 연초록으로 물든다. 조금 있으니 서서히 기분까지 좋아진다. 나쁜 기억과 골치 아픈 생각들이 몸에서, 머리에서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코끝이 알싸하다. '화~'하는 것이 껌을 처음 씹을 때의 기분이다.

대낮에도 숲속은 터널처럼 어둑어둑하다. 나뭇가지들이 촘촘하게 하늘을 덮었기 때문이다. 멀리 숲을 지나는 작은 동물들의 발소리도 들린다.

눈과 코에 이어 귀까지 즐겁다. 바람소리, 새소리가 청아하다. 콸콸콸, 물소리는 복잡한 머리를 씻어낸다. 가시게 해준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가 마음의 때를 벗겨준다. 소나무 군락에서 나는 솔향기는 마음까지 쓸어낸다. 솔향기에 코와 머리가 뻥 뚫린다. 더 이상 세상근심은 없다.

숲속은 천천히 걸어야 제맛이다. 꽃냄새, 풀냄새, 나무냄새, 흙냄새, 바람냄새를 맡으며 쉬엄쉬엄 숲을 즐기면서 걷는 게 좋다.

산길은 작년에 떨어진 낙엽들로 푹신푹신하다. 도시의 아스팔트에 익숙한 길의 감촉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기분은 더욱 가벼워진다.

산책로 주위에 숲속교실이 있다. 작은 무대와 함께 나무로 만든 의자가 수십 개 설치돼 있다. 물론 주위는 나무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삼림욕을 즐기면서 야외수업을 할 수 있는 시설이다. 딱딱한 수업보다 작은 음악회를 열면 딱 좋은 장소처럼 보인다. 실제로 여기서 교육이나 발표회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원하면 관리실 직원이 자연에 대한 교육도 해준단다.

중간 중간 체육시설도 있으며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세 개 코스의 완만한 암벽도 있고, 가파른 암벽도 있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면 계곡물로 씻으면 된다. 너무 맑아 눈이 시리고 너무 차가워 손이 시리다.

맺힌 땀을 씻을 요량으로 손발을 담가보지만 너무 차가워 오래 견디기가 힘들 정도다. 적당한 수량으로 작은 폭포를 이루고 바위들을 휘감아 돌다가 곳곳에서 아담한 연못을 이루는데, 여름철 천연 물놀이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욕심을 부려 등산을 해도 좋을성 싶다. 다양한 등산로가 있다. 등산로 주위 나무 종류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

◇ 휴양림 이용 방법

두 가지다. 당일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 쉬다 나오는 것과 숙박을 하며 쉬는 것이다. 예약은 대개 매달 초에 인터넷으로 그달이나 다음 달치 예약을 받는다. 전화 예약이 가능한 곳도 있다.

휴양림의 숙박시설로는 가족 단위로 묵기 알맞은 숲속의 집(통나무집)과 단체 숙박시설인 휴양관, 텐트를 치고 야영할 수 있는 야영테크 등이 있다. 숲속의 집은 휴양림마다 규모'편의시설'숙박비가 다르므로 예약할 때 꼭 확인해 봐야 한다.

최근 통나무집들엔 화장실, 조리대, 샤워장이 갖춰졌으나 오래된 시설엔 없는 곳도 있다. 토요일 휴무제가 확산되면서 주말예약이 많은 편이다. 벌써 5,6월 주말 예약은 대부분 완료된 상태. 휴양림은 어른, 청소년, 어린이 등 연령에 따라 입장료를 받으며 이용요금은 휴양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휴양림의 상세 정보는 산림청 홈페이지(foa.go.kr)에서 얻을 수 있다.

◇ 삼림욕 시기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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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림욕은 생육이 활발한 때가 가장 좋으며 효과도 더 있다. 5, 6월이 제때이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적은 날이 좋다. 오후보다는 오전 10~12시 사이가 좋다. 삼림욕은 나무가 우거진 곳이면 어디나 가능하나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가 많은 곳이 좋다.

삼림욕을 할 때에는 통기성이 좋은 옷, 땀 흡수가 잘되는 편한 옷차림으로 산책이나 조깅, 심호흡, 사색을 하며 최소 3시간 이상 숲속에 머물면서 삼림욕을 즐긴다.

숲의 공기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삼림욕이 중환자를 고쳐주는 것은 아니지만 정유성분의 농도가 높으면 거담, 강장 및 통변의 효과가 크며, 공기중 작은 먼지가 정유성분과 함께 호흡될 경우 먼지의 80%가 정화되는 등 심폐기능 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한 어린이들에겐 숲이 자연의 신선한 공간을 제공하므로 성격개조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한다.

숲은 감각을 깨워준다. 나무에서 분비되는 여러 물질이 아니더라도 숲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의 감각을 깨운다. 숲의 고요함, 평화로운 경관, 일상에서의 탈출감, 숲의 푸른 색채. 이 모든 것들이 사람의 감각기관을 자극한다.

또 맑고 푸른 색은 시각적으로 청량감을 주어 숲의 전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의 피로를 풀리게 한다. 숲의 향기는 사람의 후각을 자극하고 기분을 맑게 한다.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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