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은 복식(服飾)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1348∼1349년 흑사병이 맹위를 떨치면서 일부 의사들은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와 가운을 만들어 입었다. 이런 의사들의 복장은 풍자적 이야기나 그림의 소재로 자주 등장,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마스크는 1918∼1919년 만주를 휩쓸었던 폐렴형 페스트의 효과적인 보호 수단 역할을 했다. 세균의 발견 및 무균 개념은 외과 의사들의 복장을 발전시켰다. 오늘날 외과 의사들은 병원체가 환자로부터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살균된 모자에 가운을 입고 고무장갑과 마스크를 쓴다.
유럽은 18세기까지 '이'를 당해내지 못했다.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숨진 사람보다 발진티푸스에 희생당한 사람의 수가 더 많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18세기 후반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비누와 이의 싸움에서 비누가 이겼다. 그 결과 서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발진티푸스가 사라졌다.
이 책은 질병이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형성해 왔는가를 삶의 다양한 차원에서 풀어내고 있다. 사회'경제적 차원뿐 아니라 음악, 미술, 문학, 철학, 종교, 과학, 법률 등 인류 문명의 모든 분야를 통해서 질병을 통찰하고 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 의사학(醫史學)연구소 초대 소장인 저자는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제도는 질병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질병이 인간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려면 질병을 여러 차원에서 바라보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며 의학은 질병 극복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것.
번역자 이희원씨는 서울대 의대 재학 중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지만 수년간 재활훈련을 거쳐 현재 춘천소년원 의사로 재직하고 있다. 383쪽, 1만5천 원.
이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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